미국 PGA투어 노던트러스트오픈 2라운드 직후 필 미켈슨(38 · 미국)은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스윙 코치 부치 하먼(65)에게 SOS를 보냈다. 그것은 "도무지 자신이 없으니 와서 스윙을 봐달라"는 내용이었다. 하먼은 이튿날 라스베이거스에서 주요 고객의 레슨(레슨비 2007년 기준 시간당 600달러) 일정이 잡혀 있었으나 양해를 구한 뒤 부랴부랴 로스앤젤레스로 달려갔고,3라운드 이른 아침 대회장에 나타나 미켈슨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다.

미켈슨은 "아이언샷이 원하는 방향으로 날아가지 않는다"고 토로했고,스승은 "하체를 좀 더 고정하라"고 긴급 처방을 내렸다.

그 덕분이었을까. 미켈슨은 22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리비에라CC(파71)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7개로 9언더파 62타를 몰아쳤다. 전날 72타에 비해 무려 10타 준 것이고,자신의 18홀 최소타(60타)에 2타 모자라는 스코어다. '3라운드는 무빙(moving) 데이'라는 말이 미켈슨을 두고 한 말처럼 들렸다.

특히 이날 그린 적중률이 89%에 달했고,이번 대회 사흘 평균치는 77.8%로 출전 선수 중 1위를 기록했다. 하먼의 '족집게 과외'가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미켈슨은 3라운드 합계 16언더파 197타로 안드레스 로메로(아르헨티나)에게 4타 앞선 단독 선두로 다시 올라섰다. 올 들어 세 대회에 나와 한 차례도 '톱10'에 들지 못할 만큼 성적이 시원치 않았던 미켈슨은 지난해에 이어 이 대회 2년 연속 우승을 향한 디딤돌을 놓았다. 더구나 미켈슨은 3일 동안 3개의 파5홀에서 9언더파(이글 2,버디 5)를 솎아냈다. 언더파 스코어의 절반 이상을 파5홀에서 기록할 만큼 롱게임과 쇼트게임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면 최경주(39 · 나이키골프)는 3일 동안 파5홀에서 4타를 줄이는 데 그쳤다. 파5홀 버디 확률이 44.4%로 미켈슨(10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최경주는 현재 3라운드 합계 11언더파 202타로 공동 3위인데,미켈슨과의 차이 5타는 파5홀에서 나왔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듯하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