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은행들이 150여년간 자랑해 오던 철저한 고객 비밀 유지 전통이 무너졌다. 비밀 금고의 장막이 걷힌 것이다.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는 비밀 계좌를 통해 미국 부유층 고객들의 탈세를 조장한 혐의로 미 당국에 7억8000만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9일 보도했다. 이와 함께 비밀 계좌 고객 명단 일부를 미 금융당국에 제출하고 해당 계좌도 폐쇄키로 했다. 1852년 설립된 UBS가 고객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선 250명의 고객 명단이 제출될 것으로 전해졌지만 탈세 혐의와 관련해 진행되는 미국 내 재판 결과에 따라 공개되는 고객 숫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UBS는 미 투자은행(IB) 시장에 진출한 이후 1만7000여명의 미 고객 자금을 해외 조세 피난처에 개설한 새 계좌로 옮겨 주면서 이들의 탈세를 조장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미 국세청(IRS)은 지난해 7월부터 UBS에 미 고객 전체 명단을 제출하도록 요구해 왔다. 미 법원 자료에 따르면 UBS 직원들은 미 고객들을 상대로 돈을 맡기면 소득세를 회피할 수 있다는 식의 마케팅을 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