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69 · 사진)이 앞으로 4년간 한국 스포츠를 이끌어갈 체육계 수장에 올랐다.

박 전 위원은 19일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제37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총 50표 중 26표를 획득,과반수의 지지를 얻으며 신임 체육회장으로 선출됐다. 박 회장은 이날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 총회에서도 규정에 따라 위원장으로 추대돼 국제무대에서도 한국 스포츠를 대표하게 됐다.

2002년 제34대 체육회장 선거에 이어 두 번째 출마한 박상하 후보(64)는 12표,이상철 후보(67)는 5표를 각각 얻는 데 그쳤다. 또 정치인 출신이자 대한인라인롤러연맹 회장인 유준상 후보(67)는 4표,장주호(72) 장경우(67) 후보는 각각 1표,무효표 1표, 박종오 후보(61)는 무득표에 그쳤다. 기호 7번이었던 최만립 후보(75)는 정견 발표를 통해 후보직을 사퇴했다.

두산그룹 회장과 중앙대 이사장이기도 한 박 신임 체육회장은 1986년 대한유도협회 회장을 맡으면서 처음 체육계와 인연을 맺었다. 1995년에는 국제유도연맹(IJF) 회장에 올라 국제무대로 발을 넓혔고 2002년 IOC 위원으로 선출된 뒤 강원도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 경쟁에서도 힘을 보탰다.

2006년에는 기업 비리에 연루돼 13개월 동안 IOC 위원 자격이 정지되기도 했지만 2007년 4월 복권됐다가 그 해 9월 IJF 회장직을 사퇴하면서 IOC 위원도 그만뒀다.

박 회장은 IJF 회장과 IOC 위원 사퇴 이후 한동안 스포츠와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지난 10일 "그동안의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국 체육 발전에 마지막 공헌을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뒤 선거전에 나섰다.

대의원들을 직접 찾아다니는 적극적인 득표 작전으로 체육회장에 오른 박 회장은 이로써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에 이어 국제연맹(Ifs)과 IOC 위원,국가올림픽위원회(NOC) 위원장을 모두 거치는 두 번째 국내 체육인이 됐다.

또 기업인이 체육계 수장에 오른 것은 1982년부터 1984년까지 체육회를 맡아 서울올림픽을 유치했던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에 이어 25년 만이다. 박 회장의 임기는 2013년 2월까지다. 체육회장은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 무보수 명예직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