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은 눈앞의 불황보다 불황 이후 찾아올 호황기를 준비하고 있다. 경기가 침체됐다고 움츠려서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경영 목표도 공격적으로 설정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작년보다 9% 많은 25조원으로 잡았다. 영업이익은 28% 증가한 1조8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추진 전략으로 크게 네 가지를 정했다. 첫 번째는 경기 회복기에 대비한 기회 및 경쟁력 확보다. 호황기를 준비하기 위해 제품별로 경쟁력 있는 글로벌 아웃소싱 업체를 확보하고 구조적 개선을 통해 지속적으로 원가를 절감해 나갈 방침이다.

두 번째는 '현금확보 극대화'를 제시했다. 투자 재원을 미리 비축하기 위한 조치다. 두산은 작년에 포장 용기를 생산하는 테크팩 사업부문을 국내 사모펀드에 4000억원을 받고 팔았다. 지금은 주류 사업에 대한 막바지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두 사업부문 매각으로 9000억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두산의 작년 말 현금 보유액은 약 1조5000억원.주류 매각대금 5030억원이 다음 달 중 반영되면 2조원 수준으로 불어나게 된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일부에서 유동성에 대한 우려를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영업에서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금융 비용은 25% 수준밖에 안 될 정도로 현금 흐름이 양호하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시너지를 높이는 일이다. 두산은 최근 3년 동안 역삼투압 방식의 담수 플랜트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두산하이드로테크놀로지와 발전소 보일러 원천기술사인 영국의 두산밥콕,루마니아 최대의 주단조 업체인 두산IMGB,소형 건설장비업체인 미국의 밥캣,대형 건설장비 원천기술 확보 업체인 노르웨이 목시 등을 지속적으로 인수해 왔다.

마지막으로 두산그룹은 '차세대 먹을거리'를 찾는 작업도 꾸준히 추진하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이 최근 지분 15%를 인수한 캐나다 기업 HTC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HTC는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잡는 친환경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교토 기후변화협약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가 강화될 경우 각광받을 수밖에 없는 기업이다.

원자력 발전도 두산그룹이 집중하고 있는 신성장 동력이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중국 저장성에 있는 친산 원자력발전소 2단계 3호기에 들어갈 600㎿급 가압경수로형 원자로 제작을 마치고 창원공장 사내 부두를 통해 출하했다. 그동안 미국과 중국에 원자력발전소에 들어가는 증기발생기와 가압기 등을 공급한 적은 있지만 핵심 설비인 원자로를 수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