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김수환 추기경이 16일 오후 6시12분께 강남성모병원에서 선종(善終 · 서거를 뜻하는 천주교 용어)했다.

향년 87세.건강 악화로 지난 7개월간 입원치료를 받으며 수차례 고비를 넘긴 김 추기경은 최근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기력이 악화돼 이날 선종했다.

주치의였던 강남성모병원 정인식 교수는 "추기경께서는 노환에 따른 폐렴 합병증으로 폐기능이 떨어져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스스로 호흡했다"며 "임종을 지켜본 교구청 관계자들과 의료진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남기고 큰 고통 없이 가셨다"고 마지막 순간을 전했다. 안구 등 장기는 고인의 뜻에 따라 기증됐다.

천주교 측은 이날 밤 정진석 추기경을 위원장으로 장례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명동성당에 빈소를 마련하는 등 장례 절차에 들어갔다.

장례미사는 선종 닷새째인 20일 오전 10시 명동성당에서 거행되며,시신은 경기도 용인시 천주교 성직자 묘역에 안장될 예정이다.

김 추기경은 1922년 대구에서 출생,1951년 사제품을 받았다.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한국인 최초 추기경으로 서임된 고인은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등을 역임한 뒤 1998년 정년(75세)을 넘기면서 서울대교구장에서 은퇴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나라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고비마다 국가 원로로서 큰 역할을 해오셨던 추기경님을 잃은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애도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