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금융당국과의 6시간 마라톤 회의 끝에 정부의 자본확충펀드를 수혈받아 중소기업 대출에 적극 나서기로 합의했다. 특히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보증부 대출은 물론 일반 중기 대출을 전액 1년간 만기 연장키로 해 꽉 막힌 대출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그동안 은행에 자본확충펀드를 활용해 중기 대출을 확대하고 기업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추진할 것을 권해왔다.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하락 등을 염려해 중기 대출을 꺼린 데 따른 처방이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정부의 경영권 간섭을 우려해 자본확충펀드를 받는 데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다.

그러나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데다 한도 배정(크레디트 라인) 방식 등 은행들의 건의사항을 대폭 수용키로 하면서 자본확충펀드를 함께 받는 쪽으로 선회했다. 은행들이 '일괄 자본확충' 방식을 택한 것은 1~2개 은행만 자본확충을 받을 경우 금융시장에서 건전성 하락 등의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자본확충펀드는 어려운 은행을 돕는 것이 아니라 참여한 은행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모든 은행들은 원칙적으로 자본확충펀드를 신청하되,은행별로 일정 한도를 받아 필요한 때,필요한 만큼만 이용하면 되고 여유가 있으면 안 써도 된다.

은행들이 중기 대출 확대 차원에서 올해 만기를 맞는 중기 대출을 전액 연장해주기로 함에 따라 중소기업들은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다. 만기 연장 대상은 신용보증기금 등의 보증부 대출은 물론 일반 담보 및 무보증 대출까지 포함된다.

은행권의 중기 대출 잔액 424조원 중 올해 만기인 160조원(보증부 대출 34조원 포함)가량이 만기연장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폐업 · 부도 등 채권 회수가 필요한 예외적인 경우는 만기연장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와 함께 은행들은 중견기업들에 대해서도 신규 대출을 늘리기로 했다. 그동안 중견기업들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틈바구니에 끼어 정부 지원이나 은행권 대출에서 소외돼 왔다.

김현석/유승호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