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의 유가증권시장 이전으로 위기에 빠졌던 코스닥시장이 녹색성장주로 재편되면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강타했던 지난해 10월 사상 최저인 261선까지 떨어졌던 코스닥지수는 지난 주말엔 395.69까지 반등했다. 특히 올해 코스닥시장은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세까지 몰리며 19.17% 올라 코스피지수 상승률(2.60%)을 앞지르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녹색성장으로 대표되는 정책 수혜감이 폭넓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풍력 태양광 LED 등 코스닥 주도주로

코스닥시장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주도주는 단연 녹색성장 관련주다. 시가총액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는 태웅을 비롯 평산(9위) 현진소재(12위) 동국산업(17위) 유니슨(20위) 등 풍력 관련주가 대거 상위권에 포진했다.

태웅은 올 들어 21.47% 급등하며 NHN 없는 코스닥시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플랜트 피팅(관이음쇠) 분야의 세계 1,2위인 태광(10위)과 성광벤드(11위)도 올 들어 수주가 살아나며 주가도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태양전지용 모노실란을 생산하는 소디프신소재(8위)와 태양전지 장비를 만드는 주성엔지니어링(16위) 등 반도체 분야에서 태양광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 기업들의 주가도 급등세를 나타냈다. 발광다이오드(LED) 대장주인 서울반도체(5위)와 화우테크(28위)도 정책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다.

바이오주의 급등도 코스닥의 관심사다. 지난해 우회상장한 바이오주 셀트리온은 지난 주말 10% 이상 오르며 SK브로드밴드를 제치고 코스닥 시총 2위 자리에 올랐다.

이는 정보기술(IT)주들이 코스닥 호황을 주도했던 10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시총 30위권 내 IT업체들의 시총 합계는 1999년 말 66조원대로 당시 코스닥 전체 시총(98조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7%대에 달했지만 지금은 1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시총 상위사 소재지도 서울에서 지방으로 다변화되는 추세다. IT 바람이 불었던 1999년 말 시총 30위사의 경우 서울(25곳) 경기(3곳) 인천(2곳) 등 수도권에 집중됐지만 지금은 서울은 14곳으로 줄고 부산 5곳,경남 3곳,경북 2곳 등 지방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기관투자가 '매기' 이어질 듯

개인들이 몰렸던 녹색성장주에 기관투자가 매수세까지 가세하면서 코스닥 강세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8728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코스닥시장에선 355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녹색성장주에 대한 기관의 관심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우증권이 지난주 개최한 '녹색성장 관련주 설명회'에는 예상 인원의 두 배가 넘는 200명가량의 기관투자가가 몰렸다. 정책을 추진하는 초기 단계인데도 기관들이 운용 성과를 높이기 위해 코스닥 녹색성장주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IT 바람이 불었던 10년 전과 달리 녹색성장주들은 굴뚝주여서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면서 성장 기대감을 지니고 있어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단순한 성장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크게 올랐던 과거와는 기업들의 가치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투자정보팀장도 "일시적인 버블(거품)이 일었던 과거와 달리 코스닥시장이 지금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IT주에서 굴뚝주로 주도주가 넘어가면서 실적을 바탕으로 한 시장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시총 상위 업체 30곳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999년 말 1.5%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0%에 육박하고 있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과거 코스닥을 주도했던 IT주들은 성장의 함정에 빠져 대부분 도태됐지만 현재 풍력주 등은 과거와 달리 실적이 받쳐주고 있는 만큼 거품이라고 말하긴 힘들다"며 "다만 앞으로 10년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진 기업을 가려내는 작업이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