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카드가 오는 7월부터 한국에 대해서만 해외 카드 수수료율을 인상키로 한 것은 한국 카드 시장을 캐시카우(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부문)로 재편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국내 카드업계가 "시장 지배자의 횡포"라며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국내에서 비자카드 발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비자카드,수익성 위한 조치

비자카드는 작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에 17억장의 카드를 발급하고 있는 세계 최대 신용카드사이다. 이 중 8000만장가량이 한국에서 발급돼 비자카드 전체 매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다음으로 높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카드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부가서비스가 많고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어 수익성 면에서는 바닥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자카드가 2007년 10월 비영리법인에서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작년 3월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한국 시장을 돈이 되는 곳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비자카드 내부에서 힘을 얻기 시작했다. 게다가 10여년간 비자카드 한국법인을 이끌던 김영종 사장이 지난달 물러나고 일본법인 대표인 제임스 앨러슨 사장이 한국법인 대표를 겸임하게 된 것도 한국법인의 경영 방향이 바뀐 배경이 됐다. 일본 카드 시장은 한국보다 작지만 수익성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한국을 일본처럼 수익성 높은 시장으로 바꾸기 위해 수수료율 인상이라는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비자카드는 이번에 국내 은행과 카드사에 보낸 공문에서 "비자카드는 세계 회원사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신상품 개발과 신시장 개척을 도모하고 있는데 이번 가격 변화(수수료율 인상)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수수료율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 업계,"비자카드 발급 줄일 것"

국내 카드업계는 비자카드의 수수료 인상에 발끈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상하는 국내 카드 수수료는 그렇다 하더라도 유독 한국만 해외 카드 수수료율을 올리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사전 협의도 없이 수수료율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한국 시장을 무시하는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해외 카드 수수료는 회원사들이 고객에게 받아 비자카드에 납부하기 때문에 고객 항의는 모두 회원사인 국내 카드사들이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카드사들은 비자카드의 방침대로 오는 7월부터 해외 카드 수수료율을 0.1%에서 0.12%로 올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석 달 전인 4월 전까지 고객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국내 카드 표준약관에 따르면 회원에게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나 각종 수수료율을 변경하려면 최소 3개월 전에 통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내 카드사들은 비자카드 발급을 줄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규 고객이나 카드 유효기간(5년)이 끝나 카드를 바꿔야 하는 고객에게 비자 제휴카드 대신 경쟁사인 마스타카드나 아멕스카드를 발급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비자카드를 사용 중인 고객에게 마스타카드 등으로 바꾸면 연회비 할인이나 추가 혜택을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퀄컴이나 인텔처럼 비자카드가 원천기술을 가진 기업도 아니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비자카드 대신 마스타카드나 아멕스카드를 발급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며 "한국에 대해서만 해외 카드 수수료율을 인상하면 비자카드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