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춤이 고스톱보다 치매 예방에 좋다는 거 아세요?"

한국무용가 김지원씨(36)는 농담 섞인 화두를 던졌다. 그러나 그의 말 속에는 한국춤이 대중으로부터 멀어져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에 대한 역설이 담겨 있다.

그는 한국에선 보기 드문 춤꾼 겸 춤이론가다. 춤 사랑이 남달라 한국춤에 대한 위기의식도 크다.

"전통무용 '승무'를 시작할 때는 무용수가 앉아서 고개를 떨구고 시작하는데,객석에서'술에 취한 것을 의미하느냐'며 주고받는 소리가 들려 멍해진 적이 있어요. 그만큼 우리 춤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부족한 거죠."

그는 일본의 전통춤 '부토'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데 반해 한국무용은 공연을 해도 무용인들끼리의 집안 잔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국춤이 교과 과정에도 빠져 있고,무용을 공부해도 전공을 살릴 기회가 없으니 설상가상이란 것.

그러나 김씨는 환경을 탓하기보다 반성의 기회로 삼았다. "대중이 한국춤을 모른다고 탓하기보다 우리춤이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

그가 최근 '한국 춤에 빠지다'(동아일보사)란 책을 펴낸 건 이런 자성에서 출발했다. 김씨는 이 책에서 춤과 무용은 어떻게 다른가,도깨비 같은 분장을 하는 이유,춤을 추면 건강해지는 원리 등 일반인이 궁금해하는 것을 풀어 담았다.

김씨가 춤에 대한 애착이 깊은 건 한때 춤에서 멀어질 뻔한 적이 있어서다. 그는 취학 전 절에 갔다 '승무'에 매료돼 부모님을 졸라 초등학교 때부터 무용을 시작했다. 무용 못지않게 공부도 잘했다.

그의 아버지는 딸이 의사가 되기를 원했고,무용을 극구 반대했다. 그래서 한동안 버선을 벗어둔 채 공부에만 매달려야 했다. 그러나 춤에 대한 그리움으로 '춤병'이 날 지경이었다. 아버지의 뜻을 거스를 수밖에 없었다.

다시 춤을 시작한 그는 한양대와 용인대,세종대 등에서 강의를 하며 '한국춤의 코드와 해석''예술과 미학'(번역서) 등 여러 권의 책과 논문들을 펴냈다.

박사학위 논문(한양대 무용학)에서는 기호학 개념을 무보(舞譜)에 도입,논문 통과도 힘들 것이란 예상을 깨고 우수논문상까지 받았다.

춤은 그에게 가장 힘든 도전의 대상이다. 공연을 마치고 나면 뼈가 노곤노곤해지는 게 한국춤이란다. "춤은 빠른 동작보다 '승무'처럼 부드럽고 정지 동작이 많은 장르가 훨씬 어려운 것 같아요. "

그는 그러나 일반인이 즐기기엔 한국춤이 가장 편안하고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춤을 살려야 한다고 역설하며 간간이 보여주는 그의 손짓과 몸짓은 부드럽고 우아했다. 단아하기까지 한 그의 몸짓을 보면서 막춤 실력이 궁금했다. "막춤이요? 몇 년 전 클럽에서 열린 댄스배틀에서 상금까지 받아봤는 걸요. 호호."

글=최규술 기자/사진=임대철 인턴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