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오비맥주의 정책홍보 담당 임원으로 영입된 최수만 전무는 서울 서초동 본사 5층 임원실로 첫 출근하던 날 사무실을 잘못 찾은 줄 알았다. 매출 7000억원짜리 회사여서 번듯한 임원실을 기대했는데 파티션도 없이 책상 10개만 덩그마니 두 줄로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오비맥주에는 사장실도,임원실도 없다. 대신 '맨콤'(management committee · 경영위원회)으로 불리는 5층 넓은 방에서 이호림 사장과 8명의 전무 · 상무 · 이사가 함께 일한다. 임원들 책상 위에는 노트북과 전화기,캘린더만 놓여 있을 뿐 흔한 소파나 개인 책꽂이,화분도 없다. 비서 3명이 모든 임원의 일정과 전화를 관리해 줄 뿐 사장 전담 비서도 두지 않았다.

2007년 4월 이 사장이 부임하며 도입한 이 같은 개방형 사무실은 직원들이 근무하는 나머지 층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임원들이 한 방에 근무하는 기업이 없지는 않지만 사장까지 함께 일하는 것은 오비맥주가 처음이다.


개방형 사무실을 통해 얻은 가장 큰 효과는 빠른 의사 결정.임원들끼리 늘 얼굴을 맞대다 보니 별도 임원 회의가 필요 없고 업무 처리도 투명해졌다. 과거 임원실로 쓰던 공간은 8개 회의실로 탈바꿈했다. 회의실마다 대형 원탁이 마련돼 '아이디어 창고'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 사장은 "오비맥주에선 모든 임직원이 동일한 형태의 공간에서 근무한다"며 "개방형 사무실은 수평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신속한 일처리가 가능해 장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업무 효율성은 높지만 사생활(?) 보호가 안 되는 게 옥의 티란 지적도 있다. 화장실에 가거나 개인적인 전화까지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이다. 한 임원은 "사적인 전화는 복도에 나가서 받을 정도로 처음에는 불편하고 어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함께 지내다 보니 서로가 가족 같고 서로 이해의 폭도 넓어졌다고 한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