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가 최근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이 발굴해 공개한 조선 정조의 비밀어찰을 매입하는 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수원시 김영규 문화체육국장은 12일 "세계문화유산 화성(華城)이 있고 정조의 업적을 기리는 각종 사업을 펼치고 있는 수원시로서는 새로 발견된 정조의 어찰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며 "이를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조만간 어찰을 공개한 동아시아학술원을 통해 개인 소장자와 접촉해 매매의사를 타진할 예정이며 매입 후 오는 4월 개관 예정인 화성박물관에 소장하고 연구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화성박물관 부설로 가칭 '정조학연구소'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시는 정조 어찰 중 남인계 거두 채제공(1720-1799)에게 보낸 어찰 9통, 화성유수와 정조 호위부대 장용대장을 지낸 조심태(1740-1799)에게 보낸 어찰 15통을 소장하고 있다.

정조 즉위일(음력 1776년 3월10일)인 4월 27일 문을 여는 화성박물관은 개관에 맞춰 '화성행궁' 정조 친필 현판(국립고궁박물관 소장), 보물 1477호 채제공 초상화, 정조시대 편찬된 병서 '병학지남', 정조 문집 '홍재전서', 사조세자 영서(이상 수원시 소장) 등을 전시할 예정이다.

앞서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과 한국고전번역원 번역대학원은 정조가 노론 벽파의 거두 심환지(1730-1802)에게 보낸 어찰 299통을 발굴, 지난 9일 공개했다.

이 어찰첩은 개인 소장자를 설득해 공개한 것으로, 정조가 재위 말년에 편지로 '막후정치'를 펼쳤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수원시 화성사업소 김준혁 학예연구사는 "정조가 심환지에게 사찰을 보낸 시점(1796년 8월20일∼1800년 6월15일)은 화성 축성이 거의 마무리됐을 때였다"며 "개혁정치의 시작점에서 정국의 안정을 추구하려는 정조의 의도와 기존 사료에 없는 정조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사료로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kt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