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상공에서 두 인공위성이 충돌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다. 공상과학(SF) 영화 속에서만 일어날 것 같던 상황이 현실화한 것이다.

12일 AP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의 대형 통신위성이 지난 10일 시베리아 상공 약 500마일(800㎞) 높이의 우주 궤도상에서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으며,이로 인해 거대한 파편 구름 2개가 형성됐다고 미 항공우주국(NASA)이 발표했다. 이번 위성 충돌은 파편이 아닌 온전한 인공위성들 사이에서 일어난 최초의 사건이다.

이번에 충돌한 위성은 1993년 발사된 러시아 통신위성 '코스모스2251'과 1997년 쏘아올려진 미국의 이리듐 민간 통신위성이다. '코스모스2251'은 무게 1t으로 현재 고장난 상태로 추정됐다. 이리듐 위성도 1235파운드(560㎏)에 달하는 대형이다. 이리듐 홀딩스 LLC는 65개의 통신위성을 쏘아올려 전 세계를 하나의 통신망으로 연결하는 위성 이동통신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NASA는 이번 충돌로 인한 피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충돌 지점보다 낮은 270마일 상공에서 궤도를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과 승무원 3명은 안전한 상태다. NASA는 오는 22일 7명의 우주인을 태우고 발사될 우주왕복선의 운항에도 큰 위험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우주 궤도에서 물체끼리 충돌은 네 차례 있었으나 소형 인공위성이나 수명이 다한 로켓의 부품들이 충돌한 경우였다. NASA의 니컬러스 존슨 우주궤도 파편 전문가는 "올초 기준으로 약 1700개의 파편이 지구 상공을 돌고 있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