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석유화학이 롯데대산유화에 이어 계열사인 케이피케미칼의 흡수 합병을 추진한다. 롯데 3개 계열사가 합병하면 호남석유화학은 매출액이 7조원(지난해 기준)을 돌파,LG화학에 이어 2위 화학기업으로 부상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최근 "세계적인 경기침체 등으로 향후 화학계열사들의 독자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3개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핵심사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합병작업에 속도를 내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국내 석유화학업체 간 합종연횡(合縱連衡)을 포함,사업부 매각과 사업 철수 등 자율구조조정이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M&A(인수 · 합병)시 기업결합심사기준 완화를 시사한 것도 독과점 규제 등으로 미뤄졌던 업계 자율구조조정 협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폴리에스터 등 섬유원료로 사용되는 테레프탈산(TPA) 업체들이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 '0순위'로 지목되고 있다. TPA 사업구조는 국내 섬유산업이 최고 호황을 누리던 당시의 상태로 고착돼,내수 실종에 글로벌 수요 부진까지 겹친 요즘엔 관련 기업들이 고사 직전 상황이다. 삼성석유화학 삼남석유화학 태광산업 KP케미칼 SK유화 효성 등 TPA 6개 제조업체들은 가동 중단 외에는 별다른 수요 급감 대응조치를 내놓지 못해 해마다 수백억원씩 적자가 쌓여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기반이 전혀 없는 국내 TPA업체들이 공멸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율구조조정을 통해 사업구조를 합리화하고,규모를 키우는 수밖에 없다"며 "울산단지에 입주한 TPA업체들 사이에 M&A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도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석유화학 업종은 사업교환과 품목별 통합 등을 통해 자율구조조정을 유도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TPA,폴리스틸렌(PS) 등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품목을 구조조정 우선순위로 꼽았다.

글로벌 수요 부진 등으로 M&A 매물도 시장에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동부하이텍은 PS와 스틸렌모노머(SM) 조업을 중단하고,울산공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7년과 지난해 SM 1,2공장을 셧다운(가동 중단)한 데 이어 올해는 PS 공장마저 가동을 중단하는 등 석유화학사업에서 손을 뗄 채비를 하고 있다. 유화업계 관계자는 "스크랩할 사업은 빨리 스크랩하고,합칠 사업부는 합치는 방식으로 울산 대산 여수 등 국내 3개 석유화학단지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