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경제불황으로 한국건설산업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기업규모와 상관없이 대다수 기업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 있으며,건설업 구조조정으로 대형 및 중견업체마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동안 건설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핵심으로 지목돼왔던 물량배분 중심의 경쟁제한적 시스템을 걷어내고,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강조하는 시장지향적 시스템으로 전환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을 향한 도약의 기틀을 다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시행에 들어간 지역중소건설업체 지원대책은 이런 기대를 무색하게 했다. 우선 국가 · 투자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의 지역업체 지분율을 기존의 10% 이상에서 30% 이상으로 조정하고,지자체와 지방공기업 발주공사의 40% 이상을 지역의무공동도급토록 했다. 또 혁신도시사업도 지역의무공동도급금액 미만으로 분할 발주할 것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에 이어,지역제한경쟁입찰 공사의 규모를 기존 7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올리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한마디로 대형공사는 소규모 공사로 분할 발주하거나 지역중소업체와 공동도급을 의무화하고,대형건설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사를 축소하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란 측면에서 이 정책은 당위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지나치게 물량배분에 중점을 두어 이에 의존하는 부실업체가 난립하고 이들의 시장교란이 건설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따라서 현행 지역중소건설업체 보호정책이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6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실시한 규모별 건설업체의 향후 5년내 주력분야에 대한 설문조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설문에 대해 1~30위권 이내 대형사들은 사업개발과 종합사업관리,31~100위권 중견사들은 섹터별 관리 및 엔지니어링 기능,중소업체는 시공관리와 직접 시공 기능이라고 답한 것이다. 이 같은 설문결과는 이미 개별 건설업체들이 자신들에 적합한 역할들을 인지하고 있어 경쟁제한적인 정책이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 건설업계가 겪고 있는 고통의 시간들이 부실업체가 정부지원에 힘입어 연명하거나,경쟁력 있는 중소건설업체의 성장을 위협하는 불합리한 건설문화를 혁신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