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전문>
먼저 저의 소견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이번 용산철거현장 화재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슬픔에 잠겨있을 가족 여러분에게도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숭고한 경찰의 사명을 다하다 꽃다운 나이에 고귀한 생명을 바친 고 김남훈 경사를 생각하면 참으로 비통하기 그지없습니다.조직의 상사로서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마음에 지금도 가슴이 메어집니다.이와같은 희생이 다시는 없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15만 경찰동지여러분.
저는 오로지 경찰이야말로 진정한 나의 인생이라는 신념과 철학으로 30여년동안 경찰생활을 해왔습니다.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법과 원칙이 바로 선 국가로 만들고픈 일관된 꿈을 키워왔습니다.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후,저의 온 몸을 던져서라도 그 꿈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결의를 다져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이번 용산 사고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경찰청장 내정자와 서울경찰청장 직에서 사퇴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지난 용산화재사고 이후 불법폭력행위에 대한 비난에 앞서 정당한 법 집행을 한 경찰에 대한 책임만을 강요하는 일각의 주장에 많은 고민을 거듭하였습니다.
공권력이 절대로 불법 앞에 무릎꿇어서는 안 된다는 조직 내외의 요구가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를 비롯한 국가적 현안이 산적한 시점에서 저 개인의 진퇴를 둘러싼 논쟁과 갈등이 확산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민을 위한 일이라면 어떠한 궂은 일도,어떤 위험도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소임을 완수해 온 15만 경찰동지 여러분에게는 정말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저의 사퇴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 갈등을 해소하고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새로운 전기가 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어제 검찰 수사결과 발표로 용산 화재사고의 실체적 진실은 명백히 밝혀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극렬한 불법폭력행위에 대한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과정에서 발생한 예기치 못한 사고였습니다.
수도 한복판에서 화염병과 벽돌,염산병이 무차별로 날아들어 건물이 불타고 교통이 마비되는 준도심테러와 같은 불법행위가 더 이상 재발해서는 안됩니다. 민주사회에서 폭력은 의사소통의 수단이 될 수 없고 어떤 이유로도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
자신들의 의사를 불법과 폭력으로 관철시키려는 구태가 과연 우리 모두가 염원하는 선진일류국가 도약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법질서가 바로 서야 국민의 안전도 인권도 민주주의도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경찰의 엄정한 법집행이 강경과 과잉으로 매도당하거나 논쟁거리가 되는 서글픈 현실은 조속히 극복되어야 합니다.사회적 정의실현보다는 목전의 정치적 이익과 정략적 판단에 따라 여론몰이식으로 경찰을 비난하고 불법폭력의 심각성보다 경찰의 과오만을 들춰내는 비이성적인 습성을 하루 빨리 타파해야 합니다.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에게 힘을 모아주셔야 합니다.그리고 믿어주셔야 합니다.나약하고 눈치보는 경찰의 모습으로는 시민의 안녕을 지킬수 없으며 법질서 확립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경찰이 이유없이 매맞거나 폭행당하는 것을 국민들께서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경찰의 자존심과 명예를 국민여러분이 지켜주셔야만 경찰도 국민여러분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보호할 수 있습니다.국민을 제대로 보호하고 국법질서를 수호하는 것이 경찰의 존재이유이자 사명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법질서의 확립은 분명 경찰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우리 모두가 다함께 의지를 가지고 실 천할 때 가능합니다.
여러분의 뒤에는 고 김남훈 경사와 같이 국민이 위험에 처해 있을 때는 언제라도 목숨을 바쳐 소임을 완수하고자 하는 15만 경찰이 있습니다. 항상 경찰을 응원해주시는 국민여러분과 든든한 경찰가족을 믿고 저는 떠나겠습니다.여러분의 뜨거운 사랑을 가슴 깊이 영원히 간직하겠습니다.
거듭,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순직하신 고 김남훈 경사와 금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면서
유가족 여러분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2월 10일 김석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