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잠재력 크면 주가 비싸도 매수해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월가 전설적 고수들의 '불황극복 투자법'] (3) 필립피셔
'성장주 투자의 아버지'… 월가 투자흐름에 큰영향 미친 고수
'성장주 투자의 아버지'… 월가 투자흐름에 큰영향 미친 고수
필립 피셔는 '성장주 투자의 아버지'로 불린다. '기술적 분석의 효시'인 찰스 다우와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통하는 벤저민 그레이엄에 이어 미국 월가의 투자흐름에 큰 영향을 미친 고수다.
요즘같은 불황기엔 투자자들이 성장성보다는 안정성에 주목하려는 경향이 강하지만,오히려 역발상으로 미래 성장성에 초점을 맞춘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피셔가 현재의 투자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다우가 1900년대 초에 내놓은 기술적 분석은 1920년대까지 최고의 투자기법으로 대접받았다. 그러다 1929년 10월 주가 폭락으로 새로운 투자 방법에 대한 요구가 절실해졌을 때 그레이엄이 '내재가치보다 싸게 거래되는 주식을 발굴해 투자하라'는 가치투자 기법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과학적 투자의 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은 그레이엄도 '내재가치보다 고평가된 기업엔 투자할 수 없는가'라는 질문엔 대답이 궁해졌다.
이에 대한 답을 피셔가 제시했다. 1958년 발간한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란 책을 통해 '성장주 투자이론'을 내놓은 것이다. 이 책은 주식투자 관련 서적으로는 최초로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피셔는 "뛰어난 성장 잠재력을 지닌 기업이라면 현재 주가가 비싸더라도 매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가 수준이 아니라 기업을 보고 투자하라는 주문이다. 피셔는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을 찾아내 장기투자한다면 그 기업의 잠재능력이 현실화되면서 주식시장도 반드시 그 가치를 반영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같은 투자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피셔의 투자사례는 모토로라와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다. 피셔는 모토로라의 성장성을 일찍 간파해 1955년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2004년 숨을 거둘 때까지 처분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모토로라에 투자해 올린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모토로라 측이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주식자료에 따르면 1970~2004년까지 35년간 주식 분할을 통해 주식 수가 144배 늘었고,주가는 17배 이상 뛰었다. 이 기간에만 피셔의 투자원금이 2448배 불어난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TI는 1930년 유전 개발을 위한 지질탐사 서비스 업체로 출발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TI는 전자제품 생산을 시작했고,피셔는 이 회사의 성장 잠재력에 매료돼 1955년 TI 주식을 사들였다. 그의 예상대로 TI는 반도체 등 신기술 회사로 꾸준히 성장했고,피셔는 30년 이상 보유한 뒤 1980년대 말에 매각해 엄청난 수익을 챙겼다.
그는 또 1931년 설립해 평생을 운영한 투자자문회사 '피셔&컴퍼니'를 통해 다우케미컬 FMC코퍼레이션 레이켐 등 성장주에 투자했다. '매뉴팩처링 데이터 시스템즈'란 회사엔 상장되기 전에 투자해 100배 이상의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피셔는 성장주 발굴을 위한 비법으로 철저하고 광범위한 '사실 수집'을 강조했다. 관심을 가질 만한 기업이 생기면 그 기업에 대한 각종 자료를 모으고 경쟁업체 납품업체 고객 등을 가리지 않고 만났다. 퇴사한 임직원까지 찾아가 평가를 들은 것은 물론이다.
이를 통해 투자 판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의 50% 이상이 확보됐다고 판단되면 마지막으로 그 기업의 경영진을 찾아갔다. 이때 피셔는 질문할 내용을 미리 '노란 종이'에 타자로 쳐서 가져갔다. 질문과 질문 사이엔 답변을 메모할 수 있는 공간도 띄워놓았다.
피셔가 경영진에게 한결같이 던진 질문은 "경쟁업체에선 '아직'하고 있지 않지만 당신 회사가 독특하게 하는 게 무엇이냐"다. 경쟁사보다 얼마나 뛰어난 성장성을 보일 것인지를 가늠해 보려는 목적이다. 이 질문은 피셔가 투자 대상 기업을 찾기 위해 활용한 15대 체크포인트를 한마디로 집약한 것이다. 체크포인트는 경영진의 자질과 신뢰성,기업의 연구개발 영업 회계 노사관계 등의 수준을 꼼꼼히 점검하는 내용으로 짜여져 있다. 다른 월가 고수들이 '투자 10계명' 등의 이름으로 10가지 기준을 제시하는 데 비해 피셔는 '15가지 포인트'로 유명하다.
그는 집중적인 사실조사 대상으로 삼은 40~50개 기업당 1개사에만 투자했을 정도로 신중하게 투자 여부를 결정했다. 그만큼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이다.
피셔는 "평범한 투자자들이 이런 성장주 발굴 방식에 대해 고작 투자 대상기업 한개 찾는 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이느냐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1만달러를 투자해 10년 뒤 적게는 4만달러,많게는 15만달러로 불리려 한다면 그에 걸맞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깨우쳐주고 싶다"고 강조한다.
피셔의 성장주 투자이론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에 의해서도 검증됐다. 그레이엄의 제자였던 버핏은 주식투자 초기에 그레이엄의 가르침을 본받아 주가가 내재가치 이하인 철도회사 섬유회사 등에 투자했지만 수익률이 형편없었다. 주가와 내재가치만 비교했을 뿐,사실 수집을 통해 그 기업들의 사업이 내리막 길로 접어들어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버핏은 1960년대 이후부터는 피셔의 투자이론을 따라 장부가치보다 훨씬 비싼 주가를 보였던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코카콜라 등에 거액을 투자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버핏은 그래서 자신을 만든 두 스승으로 그레이엄과 함께 피셔를 꼽는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
요즘같은 불황기엔 투자자들이 성장성보다는 안정성에 주목하려는 경향이 강하지만,오히려 역발상으로 미래 성장성에 초점을 맞춘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피셔가 현재의 투자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다우가 1900년대 초에 내놓은 기술적 분석은 1920년대까지 최고의 투자기법으로 대접받았다. 그러다 1929년 10월 주가 폭락으로 새로운 투자 방법에 대한 요구가 절실해졌을 때 그레이엄이 '내재가치보다 싸게 거래되는 주식을 발굴해 투자하라'는 가치투자 기법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과학적 투자의 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은 그레이엄도 '내재가치보다 고평가된 기업엔 투자할 수 없는가'라는 질문엔 대답이 궁해졌다.
이에 대한 답을 피셔가 제시했다. 1958년 발간한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란 책을 통해 '성장주 투자이론'을 내놓은 것이다. 이 책은 주식투자 관련 서적으로는 최초로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피셔는 "뛰어난 성장 잠재력을 지닌 기업이라면 현재 주가가 비싸더라도 매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가 수준이 아니라 기업을 보고 투자하라는 주문이다. 피셔는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을 찾아내 장기투자한다면 그 기업의 잠재능력이 현실화되면서 주식시장도 반드시 그 가치를 반영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같은 투자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피셔의 투자사례는 모토로라와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다. 피셔는 모토로라의 성장성을 일찍 간파해 1955년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2004년 숨을 거둘 때까지 처분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모토로라에 투자해 올린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모토로라 측이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주식자료에 따르면 1970~2004년까지 35년간 주식 분할을 통해 주식 수가 144배 늘었고,주가는 17배 이상 뛰었다. 이 기간에만 피셔의 투자원금이 2448배 불어난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TI는 1930년 유전 개발을 위한 지질탐사 서비스 업체로 출발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TI는 전자제품 생산을 시작했고,피셔는 이 회사의 성장 잠재력에 매료돼 1955년 TI 주식을 사들였다. 그의 예상대로 TI는 반도체 등 신기술 회사로 꾸준히 성장했고,피셔는 30년 이상 보유한 뒤 1980년대 말에 매각해 엄청난 수익을 챙겼다.
그는 또 1931년 설립해 평생을 운영한 투자자문회사 '피셔&컴퍼니'를 통해 다우케미컬 FMC코퍼레이션 레이켐 등 성장주에 투자했다. '매뉴팩처링 데이터 시스템즈'란 회사엔 상장되기 전에 투자해 100배 이상의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피셔는 성장주 발굴을 위한 비법으로 철저하고 광범위한 '사실 수집'을 강조했다. 관심을 가질 만한 기업이 생기면 그 기업에 대한 각종 자료를 모으고 경쟁업체 납품업체 고객 등을 가리지 않고 만났다. 퇴사한 임직원까지 찾아가 평가를 들은 것은 물론이다.
이를 통해 투자 판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의 50% 이상이 확보됐다고 판단되면 마지막으로 그 기업의 경영진을 찾아갔다. 이때 피셔는 질문할 내용을 미리 '노란 종이'에 타자로 쳐서 가져갔다. 질문과 질문 사이엔 답변을 메모할 수 있는 공간도 띄워놓았다.
피셔가 경영진에게 한결같이 던진 질문은 "경쟁업체에선 '아직'하고 있지 않지만 당신 회사가 독특하게 하는 게 무엇이냐"다. 경쟁사보다 얼마나 뛰어난 성장성을 보일 것인지를 가늠해 보려는 목적이다. 이 질문은 피셔가 투자 대상 기업을 찾기 위해 활용한 15대 체크포인트를 한마디로 집약한 것이다. 체크포인트는 경영진의 자질과 신뢰성,기업의 연구개발 영업 회계 노사관계 등의 수준을 꼼꼼히 점검하는 내용으로 짜여져 있다. 다른 월가 고수들이 '투자 10계명' 등의 이름으로 10가지 기준을 제시하는 데 비해 피셔는 '15가지 포인트'로 유명하다.
그는 집중적인 사실조사 대상으로 삼은 40~50개 기업당 1개사에만 투자했을 정도로 신중하게 투자 여부를 결정했다. 그만큼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이다.
피셔는 "평범한 투자자들이 이런 성장주 발굴 방식에 대해 고작 투자 대상기업 한개 찾는 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이느냐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1만달러를 투자해 10년 뒤 적게는 4만달러,많게는 15만달러로 불리려 한다면 그에 걸맞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깨우쳐주고 싶다"고 강조한다.
피셔의 성장주 투자이론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에 의해서도 검증됐다. 그레이엄의 제자였던 버핏은 주식투자 초기에 그레이엄의 가르침을 본받아 주가가 내재가치 이하인 철도회사 섬유회사 등에 투자했지만 수익률이 형편없었다. 주가와 내재가치만 비교했을 뿐,사실 수집을 통해 그 기업들의 사업이 내리막 길로 접어들어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버핏은 1960년대 이후부터는 피셔의 투자이론을 따라 장부가치보다 훨씬 비싼 주가를 보였던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코카콜라 등에 거액을 투자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버핏은 그래서 자신을 만든 두 스승으로 그레이엄과 함께 피셔를 꼽는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