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지방 공기업 경영대상] 지역경제에 희망을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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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륜공사 등 7개사 수상
2003년 7월 설립된 부산경륜공단은 지역 언론과 시민단체들로부터 퇴출 대상 1호로 지목되던 지방공기업이었다. 그러나 부산경륜공단은 2007년부터 만성적인 적자구조에서 탈피해 대규모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현 윤종대 이사장이 취임한 이후 직원의 45%를 줄이고 조직을 실무 위주로 슬림하게 통폐합시킨 공이 컸다. 윤 이사장은 핵심 업무를 진두지휘하면서 나태한 조직 문화도 바꾸어 놓았다.
공기업 하면 흔히 방만경영,신의 직장 등 부정적인 면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민간기업 못지 않게 눈부신 성과를 내는 지방 공기업들이 나와 다른 공기업의 모범이 되고 있다.
서울시 산하 SH공사는 공기업 본연의 설립 목적인 공익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SH공사의 당기순이익은 2006년 284억원에서 2007년 917억원으로 223%나 늘었다. 송파구 장지지구 강서구 발산지구 등 역점을 둬 개발하던 사업장들이 완공되면서 이익 규모가 급증했다. 이 이익금 중에서 100억원을 떼어내 2만명에 달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강원도 동해시 시설관리공단은 없어질 뻔했던 시외버스터미널을 되살려 시민의 발을 지켜냈다. 동해시외버스터미널의 경우 지난해 말 경영난으로 사업자가 면허를 반납,시외버스 운행이 끊길 뻔했다. 그러나 시설관리공단이 발빠르게 관리 중이던 종합운동장에 임시터미널을 마련,시외버스 운행을 정상화시켰다.
투쟁 일변도의 노사관계가 개선되는 곳도 있다. 대구지하철 노조는 지하철 노조 가운데 최장기 파업기록(88일)을 가지고 있다. 2002년 방화 참사에 이어 노사분규마저 끊이지 않아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그러나 노사가 양보와 타협을 하면서 최근 3년간 분규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7개 지하철 공기업 중 만성 꼴찌였던 평가등급이 3위까지 올라왔다.
행정안전부와 한국경제신문 한국자치경영평가원은 이 같은 지방 공기업들의 모범 사례를 소개해 다른 지방 공기업도 뒤따라 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998년부터 '지방 공기업 경영대상'을 마련,시상하고 있다. 11회째인 올해는 SH공사 광주도시철도공사 부산경륜공단 동해시설관리공단 제주개발공사 대구도시철도공사 서울농수산물공사 등 7개사가 상을 받는다.
모범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지방 공기업이 갈 길은 멀다. 최근 집중적인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은 지자체의 무분별한 지방공기업 설립이다. 1999년 264개이던 지방공기업 수는 지난해 378개까지 늘어났다. 민선 자치단체장들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위해 제대로 된 사업성 검토 없이 개발공사 설립에 나서고 있는 것.그러나 광역단체와 기초단체에 개발공사 설립이 중복되면서 개발사업 실패 예산낭비 효율성 저하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지방 지하철공사의 경우 만성적인 적자가 골칫거리다. 초기 건설부채 비중이 높았고,65세 이상 무임금 수송 비용이 증가하는 반면 운임을 올릴 수 없어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방공사에선 전문성이 부족한 공무원들이 최고경영자(CEO)를 맡으면서 경영 성적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체 지방공사 · 공단 CEO 121명 중 공무원 출신이 74명으로 61%를 차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김정기 지방공기업팀장은 "최근 들어 민간기업 경영 마인드로 무장한 CEO가 속속 투입되면서 공기업에 대해서도 경영혁신 문화가 전파되기 시작했다"며 "지속적인 관리감독을 통해 지방공기업이 지역사회를 살찌우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