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를 깎거나 돌려주고 납입을 미뤄 달라는 수요자들의 요구가 법정에 올라가면 어떤 판결이 나올까.

법률 전문가들은 일부 제한적인 조건 아래에서만 수요자들이 이기며,이 경우에도 계약금 포기 등 출혈을 감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우선 분양가를 깎는 것은 건설사의 재량이라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견해다. 법무법인 세양의 홍성필 변호사는 "집값이 올랐다고 해서 건설사가 돈을 더 받을 수 없듯이 반대의 경우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덜 받을 의무가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미분양 아파트에만 할인가를 적용해 팔더라도 기존에 분양받은 입주 예정자에 대한 법적 보상도 인정되지 않고 있다. 부산지법은 부산 북구 S아파트 입주민들이 건설사(시행사)를 상대로 "미분양 저층 아파트에 할인가를 적용해 고층의 시가까지 떨어져 재산권을 침해당했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지난해 말 "상당한 기간이 걸리는 아파트의 분양에 있어 경제사정 변화,부동산경기 변동 등에 따라 그 크기나 층,위치,계약시기에 따라 분양가를 차등 책정하는 것은 매도인의 자유 영역"이라고 판결했다.

분양대금을 돌려받으려면 아파트 매매계약을 해지해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다. 계약금만 납부한 상태라면 민법 565조에 따라 해당 금액을 포기하고 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계약서에서 별도로 "계약금을 포기해도 계약 해지가 안 된다"는 단서를 달았다면 해지할 수 없다. 만약 중도금 또는 잔금까지 냈다면 건설사의 동의 없이는 해지가 불가능하다. 중도금 및 잔금 납부는 민법에서 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파기할 수 없는 '이행의 착수'로 간주해서다. 다만 이 경우에도 계약서상에 별도로 건설사 귀책으로 인한 입주 지연 등 특정 상황에 대해 해지할 수 있도록 명시됐다면 가능하다.

신규 분양이 아닌 중개업소를 통한 기존 아파트 매매에서는 간혹 계약을 맺고 다소 시일이 지나 계약금을 내기도 한다. 이 경우 계약금을 내기 전이라도 거래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지난해 나왔다. 분양대금 납입 기간도 대부분 계약서에 명시돼 있어 입주 예정자가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없다. 만약 건설사 동의 없이 분양대금 납입을 미뤘다면 계약서에서 정한대로 연체이자를 물어야 한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