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관 도레이새한 사장(62)이 외자 합작법인 최고경영자(CEO)로서 성공신화를 써가고 있다. 1999년 출범한 도레이새한의 초대 사장으로 취임,10년째 사령탑을 맡고 있는 그는 3일 일본 도레이 한국법인 대표이사로 전격 선임됐다. 이 사장은 앞으로 한국에 진출한 도레이 6개 관계사의 총괄사장으로 경영 인사 등을 총괄하게 된다.

이에 앞서 이 사장은 지난해 도레이 본사 전무이사 직함도 달았다. 도레이가 해외에 진출한 합작기업 CEO 중 본사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상근임원이 된 것은 이 사장이 유일하다. 85년 역사의 도레이 본사에는 현재 전무이사(전무취체역)가 다 합쳐봤자 4명에 불과할 정도로 '소수정예'다.

이 사장이 도레이 본사의 전무 자리를 꿰찰 만큼 일본 본사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 이유는 뭘까. 도레이새한의 '눈부신' 경영실적이 그의 승승장구 배경으로 꼽힌다. 도레이새한은 1999년 합작 당시 380억원 적자 기업에서 이듬해 흑자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한국의 대부분 섬유기업들이 중국 등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지만,도레이새한은 꾸준한 매출 신장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 최대 섬유기업인 도레이의 기술 및 전 세계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덕분이다.

이 사장은 취임 후 폴리에스터 원사를 위주로 한 사업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이 사장이 취임 10년째를 맞은 올해 회사 사업군은 IT소재,광학필름,환경소재 등으로 다각화됐다. 단순히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뿐만 아니라 주력 사업도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해 매출액 8500억원 가운데 섬유 비중은 35%에 그친 반면 디스플레이 재료와 폴리에스터 필름 등 소재 분야 매출은 65%에 달한다.

'농부 스타일'의 편안한 인상을 갖고 있는 이 사장의 또 다른 장점으로 친화력이 꼽힌다. 도레이새한이 지난 10년 동안 노사 무분규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배경이며,일본 본사가 이 사장에게 절대적 신뢰를 보내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란 게 회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도레이새한은 지난해 중국 장쑤성 난퉁시에 부직포 공장을 세운 데 이어 올해도 R&D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불황기에 호황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게 이 사장의 경영철학이다. 이 사장은 오는 6월께 구미에 150억원을 들여 첨단 R&D센터를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 R&D센터는 앞으로 일본 도레이의 첨단기술을 흡수,한국으로 기술을 이전할 수 있는 '파이프'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사장은 홍익대 화학공학과,고려대 국제경영대학원(석사)을 졸업한 뒤 1973년 삼성 계열사였던 제일합섬에 입사했다. 이후 구미사업장 상무,전무를 지냈고 1997년 제일합섬이 새한으로 사명을 바꾼 뒤 소재그룹장 전무와 부사장을 역임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