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과 '살인의 추억'을 만든 봉준호 감독의 가족 3대가 오는 9~18일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 내 한전프라자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연다.

이 전시회는 봉 감독을 비롯해 아버지 봉상균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 이사장,큰누나 봉지희 안양과학대 패션스타일리스트학과 교수,큰형 봉준수씨(서울대 교수)의 딸인 조카 주연 양이 함께 마련한 것.아버지의 희수 기념전이기도 하다.

봉 감독은 탄탄한 문장력으로 직접 시나리오까지 써 외할아버지인 구보 박태원(1909~1986)의 문학적인 소질을 물려받은 게 아니냐는 얘기를 자주 들어왔다.

구보는 1930년대 모더니즘 문학에 한 획을 그은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로 유명한 소설가. 봉 감독의 어머니인 박소영씨가 구보의 둘째딸이다. 봉 감독은 이번 전시에서 영화 '괴물' 등의 스토리보드 그림을 보여줄 예정이다.

국내 그래픽디자이너 1세대인 봉 이사장은 색면 추상화와 솟대 등 전통 이미지를 그래픽 디자인의 느낌을 담아 그린 그림을 내놓는다.

서울대 응용미술과를 졸업한 봉 이사장은 서울산업대 미대 교수 등으로 활동하면서 11차례 개인전을 여는 등 꾸준한 활동을 해왔다.

섬유미술가인 봉지희 교수는 '낡은 옷장 속에 추억을 담은 채 걸려있는 옷' 같은 느낌을 표현한 작품,니트 카디건,조끼 등 의류와 머플러,장갑,숄 등의 소품을 출품한다. 또 주연 양은 봉 이사장 곁에서 그린 그림들을 들고 나온다.

봉 이사장은 "개인전을 열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것도 뜻깊겠다는 생각에 같이 전시를 하자고 제안했다"며 "준호는 그림을 전공하거나 배우지는 않았지만 어릴 때부터 만화 그리기를 좋아해 영화 제작용 스토리보드도 직접 만들곤 한다"고 말했다. (02)2105-819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