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과 관련된 모든 전망치를 수정해야 할 상황인 것 같다. " 사상 최악의 감소율을 기록한 지난 1월 수출 실적은 정부의 수출총력체제를 무색하게 할 만큼 '쇼크' 수준이었다. 올해 100억달러 무역수지 흑자 목표에도 암운이 드리워졌다.

◆주력 품목 반토막 속출

1월 실적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13대 주력 품목 가운데 수출액이 반토막난 품목이 속출했다는 점이다. 작년 1월 31억4000만달러에 달했던 자동차 수출은 14억2000만달러로 무려 54.8% 격감했고,반도체 역시 46.6% 줄어든 15억1000만달러에 그쳤다. 대표적인 소비재인 가전 수출은 65.2%나 줄었다. 이 밖에 무선통신기기 섬유 석유제품 일반기계 석유화학 등이 20%를 넘어서는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13개 품목 가운데 유일하게 수출이 늘어난 업종은 선박.월말에 10억달러가 넘는 배가 유럽에 인도된 덕을 봤다. 지난달 선박 수출은 26억6000만달러로 20.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의 강점으로 여겨졌던 수출 지역 다변화도 세계적인 수요 급감으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최대 시장인 대 중국 수출이 32.2% 감소했고,2대 시장인 EU 수출은 46.9%나 줄었다. 다음으로 비중이 큰 아세안 미국 중남미 일본 중동 아프리카 등지로의 수출도 대폭 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수출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대양주로의 수출만 석유제품 철강제품 무선통신기기 등의 선전에 힘입어 유일하게 39.0% 증가했다.

◆수출 전망 수정 불가피할 듯

연초 수출이 예상보다 더 악화됨에 따라 정부가 제시한 올해 수출 전망과 목표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지식경제부는 이달 초 올해 수출이 작년보다 1% 정도 늘어난 42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총력지원체제를 가동하면 4500억달러 수출에 100억달러 무역수지 흑자 달성도 가능하다는 목표치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미 상당수 연구기관 등은 전망을 대폭 수정해 올해 수출이 크게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3.2% 증가를 예상했던 KDI가 최근 -17.4%로 수정했고 LG경제연구원(-7.3%) 금융연구원(-6.9%) 한국은행(-6.1%) 등도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권영선 노무라인터내셔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한국 수출은 작년보다 10.3% 감소할 것"이라며 "줄어드는 수출이 산업생산에 영향을 줘 한국 경제가 후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아직까지 해외시장의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힘든 연초인 만큼 목표를 수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재훈 지경부 무역정책관은 "수출의 증가세 반전은 최소 1분기는 지나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며 "2분기부터는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해외 건설 수주 실적도 37억6000만달러를 기록,전년 동기 대비 29.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