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들이 잇단 호재로 이틀째 강세를 이어가며 신바람을 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재연 우려가 잦아든 데다 미국이 금융회사의 부실 자산 처리를 위한 '배드뱅크' 설립에 속도를 내면서 은행주들의 주가가 탄력을 받는 양상이다.

증시 일각에서는 외국인의 대량 매수세까지 유입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은행주의 상승세는 유동성 장세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란 기대 섞인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건설사와 조선업체 등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대손상각비 부담 등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은행주 단기 추천 이어져

29일 KB금융은 3.95% 뛴 3만6800원에 장을 마쳐 이틀째 올랐다. 특히 크레디트스위스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해 100만주가 넘는 순매수가 유입돼 강세를 뒷받침했다. 신한지주와 하나금융도 각각 3.27%와 1.56% 올라 이틀 연속 상승했다. 기업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등도 일제히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KB금융과 신한지주는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0위 종목 중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전날 6% 가까이 급등했던 부담을 떨치고 8.58포인트(0.74%) 오른 1166.56에 장을 마쳤다.

성병수 푸르덴셜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주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며 "주가가 여전히 싸다는 점도 매력"이라고 말했다. 성 연구원은 "다만 올 상반기는 마진 하락과 대손상각비 증가 여파로 저조한 실적이 지속될 전망인 만큼 당분간은 단기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심규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의 자본 확충과 건설사 등의 1차 구조조정 결과 발표를 통해 은행주의 순자산가치 훼손 우려가 진정돼 단기적으론 시장 대비 높은 수익률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국내 은행주들의 주가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는 미국 은행주들이 '과매도 국면'이란 점이 국내 은행주 주가에 긍정적인 시사점을 준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요 상업은행들이 포함된 필라델피아 은행지수는 2007년 2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부실이 공개되기 시작한 이후 80%나 급락했고,금융위기가 심각했던 지난해 10월 말과 비교해도 44% 하락했다"며 "1929년 대공황이나 1990년대 일본 주식시장,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당시에도 이 정도 수준에선 은행주들의 반등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실적 부진 우려는 여전

보수적인 시각도 여전한 상황이다. 유재성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은행주가 본격적으로 상승하려면 부실 자산을 매각하거나 상각하는 자산 클리닝과 자본 확충이 모두 이뤄져야 하는데 외환위기 당시 국내 은행들은 먼저 부실을 정리한 후 자본 확충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부실 정리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유 센터장은 "은행들의 부실 자산 비율이 꼭지를 찍기는커녕 아직도 바닥 상황이어서 본격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미국 '배드뱅크' 같은 호재가 나올 때마다 단타성 트레이딩 양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부동산 가격 하락은 물론 기업투자 가계소비 등 거의 모든 실물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된 상황인 데다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예고돼 있어 올해 은행들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다음주 은행들의 실적 발표도 부담 요인이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은행들의 대손상각비는 전년 동기보다 119~236% 정도 급증할 전망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2007년 4분기 2304억원이던 대손상각비가 지난해 4분기엔 7747억원까지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혁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차 구조조정과 44개 그룹에 대한 금융권의 유동성 점검 과정에서 악재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 아직 은행주들이 거쳐야 할 관문이 많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장경영/문혜정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