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사서 `공성명수신퇴' 인용..비방ㆍ음해 문화 지적도

어청수 경찰청장이 도덕경의 `공성명수신퇴(功成名遂身退: 그 자리에 머물지 않음으로써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문구로 30년 경찰직에서 떠나는 소회를 대신했다.

어 청장은 29일 오전 11시 경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했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등의 감성적 표현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심정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그는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경찰조직이 가장 아름답게 불타고 가장 황홀한 빛깔로 물들 수 있도록 경찰직을 미련없이 떠나려 한다"고 말했다.

어 청장은 "결코 쉬운 결심은 아니었지만 남들이 좀 아쉬워할 때 떠날 수 있어 저에겐 축복이고 행운이었다"고도 했다.

특히 그는 "촛불집회 때 100여일 넘게 뜬 눈으로 밤을 새우며 강한 의지로 법질서를 바로 세웠고 대우공무원제 도입, 정년 연장 등 제도 개선을 할 수 있었다"고 자평하면서도 "그러나 수사구조 개혁을 야심 차게 준비했는데 성과 없이 떠나게 돼 안타깝다"며 아쉬움도 드러냈다.

어 청장은 그러나 "아직도 비방과 음해로 조직의 분열을 깨는 구태가 남아 있어 안타깝다"며 '조직의 화합과 단결'도 주문했다.

그는 "경찰은 화합과 단결 없이는 자존심을 회복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개인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조직의 위신을 실추하거나 근거 없는 비방과 음해로 당사자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전체 조직의 분열을 조장하는 구태가 사라지지 않아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선 경찰청장 교체 과정과 경찰 고위간부 인사를 앞두고 조직 내부에서 감지됐던 세력다툼을 꼬집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아울러 이 청장은 "그동안 경찰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고 외부에서 오는 갖가지 부당한 요구에 맞서서 경찰의 자존심 회복에 온몸으로 버텨왔다"고 술회했다.

그는 특히 "그로 인해 일부 정치권과 여러 단체, 심지어 다른 부처의 반발이나 항의도 많았지만 경찰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온갖 역경을 이겨내는 투지의 원천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경찰 고위간부 등 400여명의 경찰 직원들이 참석해 어 청장의 퇴임을 지켜봤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