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적용되고 있는 수도권 규제는 초기에 만들어진 규정에 규제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더 이상 덧붙일 게 없을 정도의 누더기 상태다. 이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할 때이다.

새 옷을 갈아입는 절차는 입고 있던 것을 벗고 시대상황과 기능을 고려해 내 몸에 맞는 치수를 재는 일부터 시작된다. 일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수도권 규제 완화는 누더기가 된 옷을 일부 고쳐입는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완전히 규제를 폐지한 다음 지역여건에 맞게 규제의 옷을 새로 입혀가는 맞춤형이 수도권 규제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에 있는 수도권규제 집행권을 광역지자체로 이관하여 여건에 맞는 규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수도권규제 집행방식은 정부에서 정하고 전달하는 하향식이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지방의 자치권을 반영할 수 없다.

우리보다 앞서 수도권 과밀 문제를 경험한 선진국들은 시대 여건의 변화에 따라 수도권 정책을 변화시켜 적용해오고 있다. 일본은 과밀을 방지할 목적으로 만들었던 입지규제를 2006년에 폐지했다. 영국은 1981년 수도권 인구집중억제정책을 본질적으로 수정하였다. 이들 선진국들이 수도권 규제와 관련된 정책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배경에는 지방이 경쟁력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는 지방자치시스템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중앙정부 위주의 정책집행 관행과 열악한 재정 때문에 지방의 독립성과 자립성 확보는 미미한 수준이다. 지방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책수립과 집행을 지방정부가 독립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시대적 요구는 지역이 가진 장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다양한 개발 시도를 허용하는 균형 잡힌 정책집행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의 수도권 규제를 완전히 폐지한 후 수도권의 여건과 시대상황을 반영할 수 있는 맞춤형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논쟁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감정대립으로 제도변화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지금부터 수도권 규제에 대한 원칙을 하나하나 되짚어 현재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원칙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