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흔살이 된 김 모 차장.설날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심한 어깨 통증을 느꼈다. 어깨에 담이 걸린 것."벌써 마흔이라니,휴…." 한숨이 나오더니 요즘 들어 불쑥 나오기 시작한 아랫배가 유독 커 보인다.

"몸도 예전 같지 않은데 회사 사정은 점점 어려워지고,늙으면 돈이 없어 병원에도 못 가는 거 아냐." 슬슬 걱정이 된 김 차장은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는 친구 박 모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흔 문턱을 넘기더니 슬슬 노후가 걱정되나보네.적은 보험료로 네 걱정을 덜어줄 그런 상품이 있지."

친구 박씨가 소개해준 보험은 다름아닌 민영의료보험(상해질병보험)이다. 물론 나이먹어서도 감기몸살 등 간단한 질병은 국민건강보험이 1차 안전망이 돼준다. 그러나 암 뇌출혈 등 고액치료비가 필요한 질병에 걸렸을 때가 문제다.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젊었을 때 민영의보에 가입해두면 노후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의료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노후 건강을 보장하는 보험은?

질병에 걸리거나 다쳐서 병원에 가게 되면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지게된다.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라도 환자가 부담하는 진료비는 일반적으로 30%에 달한다. 게다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검사나 치료를 받을 땐 의료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혹시라도 입원하게되면 일을 할 수 없어 생활비부터 걱정이 된다.

병원비를 보상해주는 보험 상품은 많다. 민영의보와 종신보험,치명적 질병(CI)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민영의보는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환자가 내야 할 병원비를 보상해주는 상품이다. 즉 병원이나 약국에 갔을 때 실제 환자 본인이 지출한 비용을 대신 내주는 것이다. 수술과 입원은 물론 통원 치료시에도 해당된다.

종신보험은 계약자의 사망을 보장해 사망보험금을 주는 것이 주목적이다. 의료비 등은 특약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보장한다. CI보험은 암 뇌졸중 심근경색 등 큰 질병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하는 상품으로 여기에 치료비,사망보험금을 주는 특약을 추가할 수 있다. 주목적이 다르다보니 종신보험이나 CI보험은 민영의보에 비해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싸다. 적은 비용으로 노후 병원비를 보장받으려면 민영의보가 최적의 상품이다. 민영의보의 월납 보험료는 3만~7만원 수준이다.

민영의보는 보상방식에 따라 손해보험사가 주로 파는 실손형과 생명보험사가 내놓은 정액형으로 나뉜다. 계약자가 갑상샘암을 진단받았다면 실손형은 치료에 필요한 비용만 내주는 반면 정액형은 진단시 100만원,수술시 100만원 등 정해진 금액을 보상한다. 김현철 한경와우에셋 사장은 "손보사의 실손형 상품은 여러개 가입해도 보상은 실제 쓴 금액만큼만 받을 수 있지만,손보사의 실손형과 생보사의 정액형 상품에 함께 가입할 경우 중복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영의보 잘 따져보고 고르자

민영의보는 불황에도 잘 팔린다. 가계수입이 줄어들 땐 쉽게 줄이기 힘든 병원비가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100세까지 보장하는 민영의보상품 등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30여개 보험사가 내용이 복잡한 민영의보를 경쟁적으로 팔다보니 보장 내용을 잘못 선택해 불필요한 보험료를 내는 고객이 많다. 민영의보에 가입할 때 꼼꼼히 따져야할 항목은 무엇일까.

첫째,실손형 상품은 한 개만 가입하자.실손형은 의료비를 중복 지급하지 않는다. 여러개 상품에 가입해도 계약자가 실제 쓴 금액밖에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중복 가입은 보험료를 낭비하는 셈이다. 기존에 가입한 민영의보나 운전자보험,직장단체보험 등에 실손 의료비 보장이 있다면 새로 가입하는 민영의료보험에선 보장 가입 여부나 가입금액을 잘 조정해야한다. 본인이 가입한 실손형 민영의보 현황은 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www.knia.or.kr)에서 조회할 수 있다.

입원치료비나 통원의료비를 주는 상품의 경우 보장일수와 금액 등에 한도가 있다. 모 생보사의 상품은 입원 4일째부터 120일까지 하루 10만원을 준다. 대부분의 질병은 3일 이상 입원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입원 첫날부터 보상하는 상품을 고르자.

둘째,의료비 갱신주기를 확인하자.보험사는 손해율에 따라 1~5년마다 계약내역을 갱신해 보험료를 조정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의료비가 높아지기 때문에 5년마다 갱신하는 상품이 계약자에게 유리하다. 일부 보험사는 지급 보험금이 1억원을 넘거나 암 등 특정질병이 진단되면 갱신을 거절하기도 한다. 이런 상품은 처음 가입할 때부터 피하는 게 좋다.

셋째,보상 범위를 확인하자.민영의보는 보장하지 않는 손해를 약관에 명시하고 있어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보험사들은 공통적으로 △치과 질환 △정신과치료 △한약재 등 보신용약재 구입비 △미모를 위한 성형수술 △임신 · 출산(제왕절제 포함) 및 유산 불임 등에 대해선 비용을 내주지 않는다. 또 △치매 △디스크(추간판탈출증) △뇌경색 등에 대해선 보장하는 상품과 그렇지 않은 상품이 있다.

특히 100세 보장 상품도 보상범위를 잘 살펴야 한다. 일부 보험사는 상해보장은 100세까지 해주지만 꼭 필요한 질병의료비 보장은 80세까지만 가능하도록 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