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재개발 농성자 사망사고와 관련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 문제를 놓고 이명박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이 대통령은 설 연휴 기간 중 휴식을 취하면서도 국정의 그림을 그리는 데 주력했다"며 "특히 김 내정자의 거취 문제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심을 거듭하는 이유는 교체하든,유임시키든 모두 파장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교체하게 될 경우 이 대통령의 주요 국정운영 철학인 법 질서 확립 구상이 흔들릴 수 있다. 경찰의 사기도 고려해야 한다.

정확한 진상규명 없이 정치 공세나 여론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이 대통령의 인사 철학도 바탕에 깔려 있다.

지난해 '촛불 수배자'들이 조계사에서 농성을 시작했을 때 경찰들이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의 차량을 검문하면서 어청수 경찰청장의 파면 요구가 빗발쳤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대량 사상자를 냈다는 점에서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 김 내정자를 유임시킬 경우 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의 집중타를 맞으며 여론이 악화돼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게 큰 짐이다.

김 내정자의 거취 문제에 대한 청와대 분위기는 찬반 양론이 갈리지만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린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

한 참모는"'정중동(靜中動)'움직임 속에 다각도의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의 문책 사유가 조금이라도 발생하면 자진사퇴는 불가피하다.

이 대통령은 설 이후 수사결과와 함께 여론의 동향을 보고받은 뒤 최종 결심을 굳힐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 장관 및 국세청장 인선을 놓고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설 연휴를 맞아 지난 23일부터 2박3일간 지방의 모 휴양소를 찾아 휴식을 취했다. 두 딸 부부와 아들 등 가족이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엔 궁내동 고속도로 서울요금소를 깜짝 방문,설 교통상황을 점검하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