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다음 달 초 대우조선해양 인수협상으로 미뤄온 계열사별 사장 및 임원 인사를 실시하고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현금중심 경영을 골자로 하는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발표한다. 대우조선 인수 무산으로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진 그룹의 미래 청사진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한화 고위 관계자는 23일 "대우조선 인수 추진 과정에서 흐트러진 내부 조직을 정비하기 위해 설 이후인 2월 초까지 계열사 사장 및 임원 인사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며 "올해 경영계획도 임원인사 발표에 맞춰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는 그룹 경영기획실을 중심으로 임원 인사 대상자 선정과 계열사별 사업계획 검토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올해 사업계획은 계열사별로 그룹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 발굴과 투자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2일 대우조선 인수협상 결렬 직후 김승연 회장이 "대우조선을 대체할 신성장동력을 찾아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대우조선 인수자금 조달 부담에서 벗어나면서 여력이 커진 한화석유화학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적극 늘릴 방침이다. 회사 측은 작년 12월 울산공장에 착공한 330㎿ 규모의 태양전지 셀 공장과 탄소나노튜브 응용제품,수소저장물질 개발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화는 자원개발 전문회사 설립과 인수 · 합병(M&A)을 통해 카타르 예멘 멕시코 등 8개 지역에서 벌이고 있는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늘려 나갈 방침이다. 청량리 역사 신축과 갤러리아 백화점 지점 확대 등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투자도 차질없이 진행할 예정이다.

한화 관계자는 "대우조선 인수 무산은 기회 상실이 아닌 더 큰 성장을 위한 진통과정일 뿐"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각 계열사 사업부문의 역량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화 한화석유화학 한화건설 등 대우조선 인수에 참여했던 3개 계열사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산업은행을 상대로 3000억원의 계약이행 보증금 반환을 위한 소송을 제기하기로 의결했다. 한화는 그룹 자문 법무법인인 김앤장을 통해 향후 소송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