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둔 23일 주식시장은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발표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주 전체를 놓고 보면 주식시장이 썩 좋지는 못했던 탓에 설 연휴를 마음 편히 보낼 수 있을 지 걱정부터 앞선다.

현재의 일정 상으로는 설 연휴 이후 증시가 급격한 키 맞추기를 진행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일단 국내외 4분기 실적시즌은 이번 주로 정점을 지났기 때문이다. 설 연휴 기간 동안 실적을 발표하는 미국 기업들도 맥도날드, 어메리칸 익스프레스, 텍사스 인스투르먼트 등 중량감이 그리 크지 않다.

또 설 연휴 동안(미국 현지 26일)에는 미국의 거시지표 일정도 예정돼 있지 않다. 다만 휴장이 없는 일본과 유럽증시 동향에는 주목해야 한다.

설 연휴 이후에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결정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지난 달로 연방기준금리가 사실상 제로 금리화 되면서 추가적인 통화정책 카드가 등장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 대신 배드뱅크 설립과 이를 통한 부실자산 처리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추가적인 통화정책의 빈 자리를 메워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상업은행을 중심으로 금융 리스크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커지고 있고, 오바마 신정부의 출범 직후라는 시점도 이 같은 전망을 지지하는 부분이다.

한국과 중국의 금리인하 여지는 더 커진 상태라는 점도 다음 주 시장을 지지해줄 요인들이다. 국내 기준금리의 경우 4분기 GDP 기존 2.0% 수준에서 1.5%로까지 추가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중국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다음 주에는 국내외 월말 경제지표들이 집중돼 있는데 국내 지표의 경우 4분기 GDP가 이미 이번 주에 발표돼 부정적인 파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반면 미국의 4분기 GDP 속보치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로 시장은 박스권의 상단에서 조금 더 멀어진 상태다. 그러나 앞으로도 시장이 실물 경기 침체와 정책 모멘텀 사이에서 일희일비 하는 지금의 구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따라서 제한적인 밴드 내에서의 박스권 플레이를 기본전략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다만 악재에 대한 내성이 조금씩이나마 커지고 있다는 점이나 다음 주 또 다른 정책 모멘텀의 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난 10월 말 이후 박스권의 중간선인 1050~1100선에서의 매수 가담은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이승우 대우증권 투자전략파트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