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공기업의 대졸 초임이 다른 업종에 비해 최고 5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과 공기업의 고임금이 구직자들의 기대 임금 수준을 높이고 이로 인해 노동시장의 미스매치(수요 · 공급 불일치)와 취업난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가 일자리 감소를 악화시키고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보고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 다음 주까지 전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대졸 초임 전수 조사를 마치기로 했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을 낮추고 채용 인원을 늘려가는 식의 '일자리 나누기(잡 셰어링)'를 공공기관부터 적극 시행토록 유도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대졸 초임을 당장 낮추기 어렵지만 임금 상승을 억제하면서 인턴사원과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잡 셰어링에 동참토록 유도할 방침이다.

21일 한국경제신문이 주요 시중 은행과 32개 공기업의 임금 수준을 조사한 결과 대졸 초임이 최고 4000만원대 후반에서 5000만원대 초반에 이르렀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외환(4500만원) 신한(4300만원) 하나(4200만원) 국민(4200만원) 등 주요 은행의 대졸 초임(정규직 남성)은 대부분 4000만원을 넘었다.

공기업 중에서도 증권예탁결제원(3700만원) 예금보험공사(3600만원) 산업은행(3600만원) 등 금융 공기업의 임금 수준이 높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4300만원)와 인천항만공사(4100만원)는 4000만원을 넘었다. 이 같은 연봉 수준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조사한 종업원 1000명 이상 대기업 평균 연봉(2980만원)의 1.2~1.7배에 달하는 액수다. 2007년 기준 국내 금융업의 대졸 초임은 달러로 환산했을 때 3만3514달러로 일본(2만2273달러)에 비해서도 50.4%나 높았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 대비 금융업계의 대졸 초임을 비교해 봐도 미국 61%,일본 135%,한국 207%로 나타났다.

여은정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몇년간 은행들의 실적이 좋았던 데다 은행 간에 우수 인력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벌어지면서 임금이 빠르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유승호/차기현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