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증시 지킴이'로 다시 나섰다. 20일 코스피지수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자 어김없이 지수 방어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날 장 초반 코스피지수가 3% 가까이 떨어지자 오전 10시께 매수 우위로 돌아선 연기금은 순매수 규모를 키워 97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지난 15일 코스피지수가 6% 넘게 급락했을 때도 86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지수 낙폭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코스피지수 1150선이 깨지면 연기금의 매수세가 '자동적으로' 유입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날 특별한 악재가 불거지지 않았는데도 취약한 수급 상황 때문에 주가가 힘없이 급락세를 보이면서 연기금의 지수 방어 역할이 더욱 돋보였다"고 말했다.

연기금이 지수 1100선 이상에서 증시 안전판 기능을 수행하자 1100선 방어 의지가 주목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연구원은 "연기금이 하반기 경기 회복을 염두에 두고 국내 증시가 지난해 10월 말 저점(892.16)을 깨고 내려갈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으로 연이어 적극적인 지수 방어에 나서고 있다"고 풀이했다.

연기금은 이날 포스코를 111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을 비롯 삼성중공업 삼성전자 SK텔레콤 LG디스플레이 KT 등을 40억원 이상 사들였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매수세를 집중시켜 지수 낙폭을 줄이는 효과가 뚜렷했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연기금은 1848억원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에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대우증권으로 284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이어 KT 대우조선해양 하나금융 LG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차 삼성중공업 삼성SDI 현대제철 등을 각각 150억원 넘게 사들였다. 이 가운데 현대제철만 빼고 나머지 9개 종목이 모두 상승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삼성엔지니어링 대우증권 삼성SDI 등은 20% 이상 뛰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