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작가들은 세계의 수많은 작가들 중에서도 빛나는 존재입니다. "크리스토퍼 메릴 미국 아이오와대 문학 교수(51)는 아이오와대 국제 창작 프로그램(IWP) 원장으로서 여러 나라 작가들의 활동을 돕고 있다. 1967년부터 시작된 IWP는 세계 각국의 유명 작가들을 초청해 창작,연구,토론,교류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지금까지 120여개국 작가 1200여명이 참여했다.

시인이자 번역가인 그는 시인 황지우씨와 나희덕씨의 작품,한국의 선시(禪詩) 등을 공동번역해 미국 문단에 알리기도 했다.

저서 《숨은 신을 찾아서》(민음사)의 국내 출간에 맞춰 방한한 그는 20일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문학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며 시인 황지우씨를 예로 들었다.

"황 시인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모든 것에 대해 쓸 수 있고 어디로 나갈지 모르는 시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더 알려진다면 삶이 무엇인지 이야기해줄 수 있는 시인으로 자리잡을 수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

하지만 그는 한국 문학의 번역 문제를 지적했다. "요즘 미국인들이 중국 소설을 많이 읽는 이유는 원어민 출신 중국문학 번역가가 중국 문화와 문학을 알리는 '창문'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문학도 제대로 번역되지 않고는 외국에 알려질 수 없지요. "

그는 소수어에 속하는 슬로베니아어로 작품활동을 하지만 지금은 미국 문학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시인 토마즈 샐러먼(Tomaz Salaman)도 알려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으며,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시인 미우오슈(Czesaw Miosz)의 시선집도 7년 동안 700부밖에 안 팔리는 등 오랜 기간 고전했던 사실을 예로 들며 "정말 중요한 건 작품이 번역돼 있어야 시선을 끌 기회도 높아진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원어민 번역가 양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