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20일 이틀간의 상승세를 접고 1120선 아래로 후퇴했다.

최근 미국 신정부 출범 기대감에 상승했지만, 실적 악화와 해외 금융불안에 더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기관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 매물이 3000억원 (오전 11시36분 기준) 가까이 쏟아진 점도 부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업종별 지수 흐름도 좋지 못하다. 현재 의료정밀(-6.08%), 운수장비(-3.35%), 전기가스(-3.17%) 등 대부분의 업종이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건설업종이 1.50% 오르며 눈길을 끌고 있다.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GS건설이 2% 남짓 오르고 있고, 대우건설(3.21%), 동부건설(8.10%), 두산건설(0.91%), 현대건설(2.40%), 코오롱건설(4.69%) 등이 강세다. 중앙건설은 상한가다.

이처럼 건설이 나홀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있는 이유는 구조조정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92개의 건설업체에 대한 주채권 은행 평가 결과 구조조정 대상이 사실상 11곳으로 확정됐다. 10개 기업이 C등급(부실징후) 등급을 받았고, 시공능력 50위권인 1개 기업이 D등급(부실)을 받았다.

은행들은 오는 22일 최종 구조조정 대상을 발표한다.

증권사의 건설 관련 연구원들은 이번 구조조정으로 건설사의 신용 리스크 완화와 불확실성 해소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창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구조조정 업체수에 대한 실망과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1차 구조조정이 완료돼 매를 미리 맞았다는 점, 생존하는 '빅5' 대형건설사와 A·B 등급을 받은 중견 및 중소건설사의 주가 상승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승민 NH투자증권은 "구조조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았던 중소형건설사가 신용 리스크 완화로 양호한 주가 흐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급락세에서 벗어나 상승 전환하고 있고, 한강변 초고층빌딩 건립 계획이 발표되는 등 건설업종에 긍정적인 소식이 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연구원은 "작년 건설주 주가하락이 이익 감소로 나타난 것이 아니듯, 건설주 주가 상승도 이익 감소보다 재무 리스크 완화와 주택 시장 개선에 대한 기대를 통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증권도 건설사 구조조정이 건설산업의 회생과 자생력 확보를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건설주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은행주의 흐름은 좋지 그다지 좋지 못하다. 현재 KB금융, 신한지주, 우리금융 등 금융지주사가 4% 안팎의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미지근한 구조조정이 은행주에게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황석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8개 상장은행의 11개 건설사에 대한 노출과 잠재손실은 세금효과를 고려해 각각 5조6000억원과 1조4000억원으로 8개 은행의 자기자본 1.9%에 불과하다"며 "당초 상장 건설사 38개중 13개가 퇴출되고 은행의 잠재손실도 4조3000억원으로 예상했으나, 이에 비해 훨씬 적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추정손실이 감소했다고 해도 해당 사실이 은행주의 주가상승 재료가 되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황 연구원은 "당장의 충격은 피해간다고 해도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은 주가에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