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매거진0100] 제2롯데월드, 3도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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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을 둘러싼 15년 논쟁이 결국 허용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경하게 반대하던 군의 입장이 바뀐 이유에 대해선 쉽사리 궁금증이 풀리지 않습니다. 최서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12일 오전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 회의.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에 대한 여야의원들의 공세가 매섭다.
그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이상희 국방장관과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의 '사라진 4번째안'에 대한 공방이었다.
"4가지 안을 갖고 (지난해) 9월 30일 국방위원회에게 국방부 벙커에서 보고를 하셨고, 지난해 국감때도 4가지안을 검토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4가지안중에 4번째안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장관! 4번째안이 왜 사라졌습니까?"
"(올해 1월 7일) 행정협의조정실무위원회에서 사정의 변경이 있다고 판단됐습니다. (롯데측이) 비용을 부담한다는 전제속에서 판단이 이뤄졌다."
"203미터 이하로 지으라는 4번째 안이 언제 왜 사라졌냐니깐 비용때문에 사라졌다고요? 그건 말이 안되잖아요?"
"변경된 사안은 뭐냐면, 수익자(롯데그룹)가 비용을 부담해서라도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으면 수익자가 부담하겠다는 안이 제시되었기 때문에 저희가 1,2,3안을 제기한 겁니다."
사라진 4번째안이란 과연 무엇일까?
이달 7일 국방부가 제2롯데월드와 관련해 국무총리실 산하 행정협의조정실무위원회에 제시한 대안은 모두 3가지.
첫번째는 기지 이전.
두번째 안은 동·서편 활주로를 10도 틀고 대부분의 비행절차는 현행대로 운용한다는 안이다.
활주로 신설부지 확보가 필요하고 추가적인 고도제한지역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대안은 동편 활주로를 3도 틀고 비행안전장비를 보완하는 3번째 안이다.
이렇게 될 경우 제2롯데월드가 555m, 112층 높이로 지어지더라도 장애물 회피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 공군측 주장이다.
올들어 갑자기 사라진 공군의 4번째안은 건물높이를 203m이하로 제한하는 것이다.
지난 2007년 공군측이 비행안전을 이유로 내세운 안이며 국무조정실은 이를 받아들여 최종결론을 내린 바 있다.
결국 이상희 국방장관이 말하는 사정변경, 즉 롯데측 비용부담 의사를 밝힌 직후 국방부는 건물높이를 문제삼지 않는 대안들만 골라 내놓은 셈이다.
그렇다면 롯데와 국방부가 갑작스레 서로의 입장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취재진은 지난해 말 퇴임한 최창식 전 서울시 부시장을 만나보기로 했다.
그는 부시장으로 재직했던 2007년에 열린 국무조정실 회의에서 공군측과 제2롯데월드 문제를 협상했던 장본인이다.
최 전 부시장의 설명을 들어보면 국방부와 롯데 양측 모두 급격한 입장변화를 보인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비행안전측면만 생각한다면 그런 것이 용인이 안되죠. 조금이라도 (안전성이) 나빠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면 활주로를 고친다던지 그런 (부수적인 것을) 해결책을 (공군측이) 삼지않으려 했다."
롯데측 역시 활주로비용 부담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2007년 행정협의조정위원회 당시 롯데측은) 비용을 부담할 의사가 별로 없었습니다. 현행법규에 의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왜 우리(롯데그룹)가 수백억씩 비용을 부담하느냐하는 자세였어요."
취재진은 김은기 전 공군참모총장의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는 임기를 7개월이나 남긴 지난해 9월 갑자기 사의를 표했다.
정부의 제2롯데월드 허용방침에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가 사장으로 재직중인 극동방송으로 직접 찾아가봤지만, 김은기 전 총장은 끝내 인터뷰요청을 고사했다.
공군과 국방부는 지난 15년동안 제2롯데월드를 반대해왔다.
갑작스레 달라진 군의 입장변화에 두 가지 의문이 생겼다.
첫번째는 활주로 변경이라는 현재의 대안이 비행안전을 얼만큼 보장하냐는 것이다.
현재의 공군참모총장은 시원스럽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활주로 3도 트는 것 만으론 절대 안전하지 않는다는 말씀이죠?) 네, 그렇습니다.(3도 트는 것만으로는 안보·작전상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 말씀이죠?) 예..
활주로 변경이라는 기술적 대안이 제시되는데 15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냐는 두번째 의문도 쉽게 풀리지 않는다.
"그 전에는 거기까지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5년동안 고민을 해왔는데 3도 틀면 이런 쉬운 방법이 있는데 그것도 몰랐다구요? 공군에서..그거 말이 됩니까?)"
제2롯데월드 현장 부지.
초고층 건물이 예정된 부지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물웅덩이 위를 철새 한 마리가 처량히 노닐고 있다.
부지 가장자리에서만 포크레인 몇대가 돌아다닐 뿐이다.
"제2롯데월드 저층부 건물에 대한 터파기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공사 현장입니다. 초고층건물이 올해안에 착공될 경우 빠르면 2014년 완공될 계획입니다."
제2롯데월드 신축허용을 둘러싼 잡음은 비단 안보문제만이 아니다.
성남시민들은 형평성을 이유로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고, 인근 부동산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정치권에선 특혜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개 대기업의 개발사업이 이처럼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제2롯데월드사업이 경제와 안보라는 국가중대가치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일단 경제적 실리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과 의혹을 불식시킬만한 충분한 가치와 확신이 있는 선택이었는지는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WOWTV-NEWS 최서우입니다.
최서우기자 swchoi@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