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마추어다. 애초부터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할 계획이었다면 하이브리드채 발행 한도는 왜 넓혀줬는지 모르겠다. "자본확충펀드를 둘러싼 혼란에 대해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가 내놓은 관전평이다. 은행들이 정부 말을 듣게 하려면 코너에 몰아야 하는데 오히려 퇴로를 만들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확충펀드를 쓰라고 압박하면서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액을 기본자기자본의 15%에서 30%로 두 배나 늘려준 게 대표적인 사례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이미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4대 금융그룹이 지난해 말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기 위해 발행한 후순위채 및 지주회사채 규모만 12조3000억원에 달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들 채권의 경우 발행금리가 연 7.5~8.1%로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을 압박하는 수준을 넘어 역마진을 초래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최근 국회 정무위에서 "자본확충펀드를 사용하는 것이 시장에서 자본 확충을 위해 신종발행증권과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것보다 조건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신한 국민은행 등이 자본확충펀드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이로 인한 추가적인 수익성 악화와 주가 하락,외국인투자자들의 경영진에 대한 불신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일 처리도 시중은행이 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금융당국에 '감히' 반발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금감원이 지난해 12월 시중은행별로 구체적인 목표금액까지 할당해주면서 자본 확충을 지시한 지 불과 한 달도 안 돼 정부가 말을 바꿔 추가적인 자본 확충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시중은행에서는 도대체 금융위와 금감원 중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며 "채권안정펀드와 마찬가지로 금융당국의 정교하지 못한 일 처리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심기/이태훈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