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점 평가때 신규모집 배점 축소
연체율관리ㆍ유동성에 높은 점수

은행을 찾은 고객들이 펀드나 보험,신용카드 등의 가입을 권유받는 일이 올해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은행들이 올해 일선 직원들에 대한 평가항목(영업점 핵심 성과지표 · KPI)에서 이들 상품의 신규 모집 배점을 아예 없애거나 작년에 비해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대신 은행들은 대출연체 관리와 유동성 확보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이에 따라 영업점 현장에서 일하는 은행원들은 올해 예금 유치와 대출이자 독촉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또 정부의 강력한 권유를 받아들여 올해 처음으로 중소기업과 서민대출 실적을 별도로 평가하기로 했다.

◆수익성과 위험관리에 초점

우리은행은 자산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영업점별 대출 목표치를 올해 각 영업점에 할당하지 않았다. 또 펀드와 방카슈랑스,신용카드 실적을 KPI 항목에서 제외했다. 작년에는 이 항목들이 KPI 배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7%에 달했다.

우리은행은 대신 연체율 관리 배점을 지난해보다 40% 높였다. 정기예금과 적금 등 자금확보 비중을 작년에 비해 2.5배로 늘렸다. 이와 함께 올해 처음으로 중기대출과 국민주택기금 대출,저소득자 신용대출 등의 항목을 KPI에 넣었다. 이들 항목의 배점 비율은 12%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해 KPI를 보면 자산 경쟁을 하지 않고 수익성 증대와 건전성 유지에 주력하겠다는 은행 경영 방침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 정책에 따라 자금 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평가항목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외화예금 확보 항목도 신설

하나은행도 우리은행과 비슷한 쪽으로 올해 KPI 평가기준을 바꿔 1000점 만점 기준으로 400점인 자산 관련 배점을 300점으로 줄였다. 작년에 각각 100점,50점이었던 펀드와 방카슈랑스 실적 배점을 올해는 폐지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또 신용카드 신규 발급 항목을 없애는 대신 카드 사용실적에는 50점을 주기로 했다.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수신 항목 배점 비율을 작년에 비해 60% 올리는 대신 대출 항목의 배점은 작년보다 10%가량 줄였다. 작년에 없던 '중기대출' 평가 항목도 신설했다.

하나은행은 이와 함께 1인당 영업이익 등 수익성 항목 비중을 작년 대비 70%가량 상향 조정하고 연체율 관리 배점도 2배로 늘렸다. 올해 처음으로 퇴직연금과 외화예금 항목을 신설해 각각 30점 안팎의 점수를 부여했다. 손재환 하나은행 리테일영업추진부장은 "정부로부터 외화 지급보증을 받는 조건으로 외화예금을 늘린다는 양해각서(MOU)를 맺었기 때문에 외화예금 영업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펀드와 방카슈랑스 비중을 줄이고 예금 배점은 늘리는 방향으로 올해 KPI를 정했다. 다른 은행들과 같이 연체율 점수를 높이고 중기대출을 대출 항목에서 떼어내 별도로 평가하기로 했다.

정인설/유승호 기자 surisuri@hankyung.com


용어설명

KPI(영업점 핵심성과지표ㆍKey Performance Indicator)=은행들이 영업점별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만든 기준.일선 은행원들은 KPI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업무 자체가 크게 달라지게 된다. 은행원 인사고과가 KPI에 달렸기 때문이다. KPI에서 몇 점을 받았느냐에 따라 승진과 좌천이 결정되는 만큼 은행의 연간 영업방향을 보여주는 기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