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한국은행의 공격적인 금리인하에 이어 유동성 공급을 통한 양적완화정책이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의 단기자금 조달에도 숨통이 트이고 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13일 오전 3개월짜리 기업어음(CP) 금리는 5.43%로 전날보다 0.23%포인트 하락했다.이는 지난 2007년 8월31일(5.44%) 이후 1년 4개월여만에 최저치다.지난주 중반까지만 해도 6.2~6.3% 수준이었던 CP 금리는 지난 9일 6% 아래로 떨어진 이후 연일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이 100조원을 넘어서는 등 단기 유동성이 넘쳐나는 가운데 지난주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의 급락으로 스프레드(금리차)가 벌어지면서 CP 시장으로 자금이 급속도로 유입되고 있다.CJ제일제당과 SK C&C 등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들의 CP 발행금리가 지난해말 5~6%대에서 지난주 4%대로 떨어진데다 전날에는 일부 우량기업 CP의 유통금리가 3.5%까지 하락했다.

민간채권평가사 관계자는 “발행 물량에 비해 매수세가 부족해 거래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던 지난달 말과 달리 최근 들어서는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A2’급 물량들도 거래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방식으로 1조원 가량의 유동성을 공급해 증권사들의 크레디트물(비정부채권) 투자를 촉구하는 한편 채안펀드를 통해 이달말까지 회사채 투자를 늘릴 계획이어서 얼어붙었던 기업들의 자금조달 시장이 빠르게 해빙 무드에 접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이정범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고채 발행물량이 만기 상환을 제외하고도 30조원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추가적인 금리인하 여지가 크지 않아 투자 메리트가 떨어진다”면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았던 산금채와 공사채, 은행채의 신용 스프레드는 이미 크게 축소돼 매기가 회사채로 이전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자산운용사 등 기관들의 유동성은 아직 CP와 같은 초단기물에 집중되고 있지만 만기가 짧은 회사채를 중심으로 개인들의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모응순 하나대투증권 리테일채권팀장은 “신용등급 ‘AA’ 이상인 우량 회사채의 발행금리가 7%대로 낮아지면서 8%대의 금리를 제공하는 ‘A0’급 채권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여윳돈을 가진 거액 투자자들이 회사채 시장에 눈을 돌리면서 만기가 1년 안팎인 일부 회사채는 사전예약을 통해 발행이 이뤄지는 등 단기물 시장내 개인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모 팀장은 “국고채와 신용물간 수익률 격차가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기관들도 결국 회사채로 옮겨오는 ‘스필오버(Spill-over)’가 기대된다”면서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구정 이후에는 ‘BBB’급 회사채로도 매수세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박혁수 동부증권 연구원도 “넘치는 단기 유동성이 빠른 속도는 아니더라도 점차 단기물에서 벗어나 절대금리가 높은 채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