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중은행들이 쉽게 돈줄을 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은행들의 자기자본구조가 매우 취약하며 장기적으로 높은 부채비율 등 취약한 자기자본구조의 질적 개선을 위한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산업은행 경제연구소가 13일 발표한 '국내은행의 자기자본구조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12%대를 보이던 국내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2008년 9월말 현재 10.86%까지 하락했으며, 자기자본비율(자기자본/총자산)도 2007년말 6.9%에서 2008년 9월말 5.7%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5~2007년 중 9%대를 기록했던 핵심 자본비율인 기본자본비율(Tier 1 비율)도 2008년 들어 8%대로 하락하는 등 국내은행의 자본력이 취약해진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간 자본력 비교 분석 결과, 국내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은 호주를 제외한 주요 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낮았으며, 자기자본비율도 아시아 9개국의 평균(8.5%)을 하회하는 등 국내은행의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상업은행들과의 자본력을 비교한 결과, 외환위기 이후 총자산이익률(ROA)dl 최고치를 기록한 2005~2007년 기간 중에는 미국은행에 비해 국내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이 다소 높았으나 2008년 들어 반대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양국간 기본자본비율 격차는 크게 축소되고 있는 반면 자기자본비율 격차는 비교적 크게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2007년부터 그 폭이 더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그동안 차입 증가를 통한 국내은행들의 자산규모 확대 경쟁에 기인한다고 산은 경제연구소는 진단했다.

한·미 양국의 5대은행간 2007년말 기준 자본력 비교에서도 국내 5대 은행과 미국 5대 상업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과 기본자본비율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현재는 국내 5대 은행의 자기자본비율(6.5%)은 미국 5대 은행(8.7%)에 비해 2.2%p 낮아 대형은행의 경우도 국내은행의 차입 의존도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보고서는 2009년 경기둔화로 국내은행의 잠재위험자산 부실이 현실화될 경우를 가정해 국내은행의 자산축소 규모를 추정했다. 은행의 부실채권비율(고정이하여신비율)이 2008년 9월말 현재 0.82%에서 2003년 카드사태 시의 2.63%로 상승할 것으로 가정한 상황에서 자산축소 규모를 추정한 결과, 국내은행들의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손실 대비 자본 확충률이 90%일 경우 자산축소 규모가 26조9000억원(원화 및 외화 대출금 대비 2.8%)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국내은행들의 디레버리징이 현실화되면 자산축소 규모는 더 확대되는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에 대해 사은경제연구소는 "선제적이면서 충분한 자본 확충을 통해 신용공급 축소 등과 같은 문제점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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