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같은 콘서트 분위기 기대하세요"
루치아노 파바로티,호세 카레라스와 더불어 '스리 테너'로 불리는 플라시도 도밍고(68 · 사진)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13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Ⅳ-플라시도 도밍고 내한공연'을 갖는다. 1991년과 1995년,2001년에 이은 4번째 내한공연이다.

12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도밍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굿 애프터 눈!" 하고 인사를 건네며 간담회장으로 들어섰다.

공연을 앞두고는 어떤 일정도 잡지 않는 그의 성격상 이번 간담회는 극히 드문 일이다. 게다가 2008 베이징 올림픽 폐막 공연 이후 중국과 홍콩,대만 등의 초청이 쇄도했지만 한국 1회 공연만 확정해 한국 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국에 돌아와 노래할 수 있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이에요. 13일 공연에서도 8년 전처럼 마법같이 훌륭한 콘서트 분위기를 기대합니다. "

도밍고는 일흔이 다된 나이에도 여전히 준수한 외모와 중후한 목소리로 간담회장을 휘어잡았다.

그는 3옥타브를 넘나드는 넓은 음역과 다양한 음색에 더해 매력적인 외모로 바람둥이 역할을 도맡아 했다. 뛰어난 연기력 때문에 '주변에 여자가 많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번 무대에서는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저주' 중 '라코치 행진곡',비제의 '카르멘' 중 '집시의 노래',베르디의 '리골레토' 중 '그리운 이름' 등과 같은 클래식 곡을 들려준다.

이외에도 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투나잇',알렌의 '오즈의 마법사' 중 '오버 더 레인보우' 등의 뮤지컬 넘버까지 예술성과 대중성을 갖춘 곡이 고루 선정됐다.

그는 이날 협연자인 캐서린 젠킨스와 한국인 이지영씨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되도록 말을 아끼는 모습도 보였다.

현재 워싱턴 국립오페라단과 로스앤젤레스 오페라단 감독을 맡고 있는 그는 이미 경영능력과 오페라 지도자의 입지도 굳힌 상태다.

특히 오페라 인재 발굴에 관심이 많아 젊은 아티스트 발굴을 위한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함께 공연할 이지영씨도 이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젠킨스는 오페라와 팝송,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해 '제2의 사라 브라이트만'으로 불리기도 한다.

도밍고는 1995년 성악가 홍혜경과 함께 '그리운 금강산'을 정확한 발음으로 불러 화제를 모았다. 이번 공연에서도 한국 가곡을 부를 예정인데 곡에 대한 느낌을 묻자 "어디에서 그런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다"며 철저히 보안(?)을 유지했다.

최근 테너 대신 바리톤으로 무대에 섰던 것과 관련해서는 "극장의 요구가 있어 특정 배역을 위해 목소리와 음역을 약간 어둡게 변화시켰을 뿐"이라며 바리톤으로 전향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일축했다.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는 도밍고는 이번 공연 이후 3월15일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에서 대형 갈라 무대를 준비 중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