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영업 경쟁으로 은행의 미래와 고객의 신뢰를 맞바꾼 게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이 무리한 외형 경쟁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을 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0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전 직원 중 약 70%인 1만1000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창립 110주년 기념식 및 2009년 경영전략회의 자리에서다.

이 행장은 "대출 목표와 펀드 방카슈랑스 신용카드 등의 판매 목표를 정해 놓고 '과연 달성할 수 있을까' 의문이 많았지만 모든 목표를 달성했다"며 "그러나 그 과정에서 목표 규모를 채우느라 쭉정이들이 상당부분 포함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2006년 황영기 행장 시절 자산 규모를 연간 30조원이나 늘렸고 펀드 등 금융상품 판매를 크게 강화했지만 이로 인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고 우리파워인컴펀드와 같은 불완전 판매 사례가 나타난 것 등에 대한 반성으로 볼 수 있는 발언이다. 이 행장은 이어 "올해는 내실 위주로 리스크(위험) 관리를 제대로 하고 수익성을 추구해 건전성을 유지하겠다"며 "외형 경쟁,자산 경쟁은 자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각 영업지점에 일률적으로 대출 목표나 펀드 판매 목표를 할당하는 게 아니라 영업점 특성에 맞춰 잘할 수 있는 업무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영업 행태를 과감히 바꿔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수익성을 강조하기 위해 각 영업점별 손익을 월별로 파악했던 것을 12일부터는 하루 단위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12월부터 영업 성과측정 지표인 핵심실적지수(KPI)를 단순화하고 수익성 건전성 위주로 재편했다"며 "은행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기업 가계 등 고객들과 함께 윈-윈(win-win)하는 방식으로 은행들의 새로운 영업모델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110주년을 맞아 'Since 1899' 엠블럼을 만들어 브랜드 이미지로 활용하기로 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