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에 '한푼이라도'…젊은층 절약 바람

월광족 <월급을 몽땅 써버리는 사람>


피자 대신 찐빵 먹기,택시 대신 자전거 타기,5위안(1000원)으로 이틀치 식단 짜기,몸을 옷에 맞추기….

중국 베이징에 사는 왕하오씨(24)의 수첩에 빼곡히 적혀 있는 생활수칙이다. 미국계 회사에 다니는 그는 '100위안(2만원)으로 일주일 살기' 운동을 실천 중이다.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취직한 그는 한때 '월광족(月光族 · 월급을 몽땅 써버리는 사람)'으로 불렸다.

중국의 젊은 화이트칼라 사이에 중국판 '만원의 행복' 실천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상하이데일리 등이 11일 보도했다. 왕씨 등이 주도하고 있는 '100위안으로 일주일 살기' 실천모임에 가입한 회원만 5만5000명.100위안은 베이징에서 영화표를 두 장 사거나 맥도날드 햄버거 8개가량을 살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이다.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젊은 화이트칼라들이 돈 안 쓰기 운동을 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한 가정 한 자녀 낳기'의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지금의 20대들은 '소황제'라 불리며 자라났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못해주는 부모는 무능력자로 인식될 정도로 이들은 '대접'받았다. 중국 젊은층들의 소비성향이 높은 데는 이 같은 성장 환경이 작용했다. 상하이시의 사무직 직원 월평균 임금은 2193위안(약 43만8000원)이지만,소비는 2500위안(50만원)에 달할 정도다.

젊은이들의 절약운동에 중국 당국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선 소비가 늘어나야 하지만가장 큰 소비주체 사이에 절약운동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춘제(설날) 때 소비를 늘리기 위해 저소득층에게 100위안(2만원)씩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이게 고스란히 은행으로 간다면 큰일"이라고 상하이시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