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자동차의 쌍용자동차 법정관리 신청을 계기로 중국 재계에서 '쩌우추취(走出去 · 해외 진출)' 전략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준비 안 된 M&A(인수 · 합병)'로 인해 당초 목표했던 글로벌 컴퍼니로의 도약이 아니라 막대한 손실만 떠안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중국의 간판 정보기술(IT)업체인 레노버의 양위안칭 회장은 최근 낙마설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IBM의 PC사업 부문을 사들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는 비판 때문이다. 레노버는 2005년 17억5000만달러를 주고 IBM PC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작년 4분기 세계시장 점유율은 7.7%로 인수 당시인 2005년 16%에 비해 10%포인트가량 떨어졌다.

가전업체인 TCL은 어설픈 M&A로 유럽사업부가 문을 닫는 아픔을 겪었다. TCL은 프랑스 TV업체인 톰슨과 통신기기업체인 알카텔을 2004년 차례로 인수했다. TCL은 톰슨의 'RCA' 브랜드를 통해 글로벌 회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인수 후 경영 악화로 결국 폴란드 공장을 매각했다. 또 프랑스 지역 본사와 판매 · 마케팅 지사 등 7개 유럽 사업부 가운데 5곳을 폐쇄해야 했다. 알카텔 인수로 휴대폰 시장의 맹주로 떠오른다는 계획도 알카텔 브랜드를 포기하며 인수자금 1억달러만 날렸다.

중국 최대 자동차 부품회사인 완샹그룹이 2005년 사들인 미 시카고 자동차 부품업체인 유니버설 오토모티브 인더스트리도 파산선고를 받고 말았다. 2003년 하이닉스반도체의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였던 하이디스는 중국 비오이 그룹에 4000억원에 매각됐으나 결국 쌍용자동차처럼 법정관리를 신청해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