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점', 공민왕-노국공주-자제위 어떻게 다뤘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올 상반기 영화계 또 다른 한 획을 긋고 있는 대작 '쌍화점'이 그 인기와 맞물려 모티브가 된 고려말 공민왕과 그 시대적 배경 또한 이목을 끌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쌍화점'은 원의 억압을 받던 고려 말, 왕의 호위무사와 그를 각별히 총애한 왕 그리고 정치적 음모에 휘말려 그들 사이를 가로막게 된 왕후의 금지된 사랑과 배신이 만들어낸 운명의 대서사극으로, 픽션극이다.
특히 모티브가 되고 있는 개혁군주인 공민왕과 개혁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설치했다는 일설부터, 문란한 공민왕의 침소를 드나들며 시중을 들었다는 설까지 의견이 분분한 자제위 야사는 지금까지도 사가들 사이에서 끊임없는 논란이 되고 있다.
▶ 공민왕은 개혁군주? 문란한 실정자?
개봉 9일 만에 200만 돌파 초읽기에 들어간 '쌍화점'. 흥행과 더불어 진위여부가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이슈가 된 이 야사를 극중에서는 어떻게 다뤄졌을까?.
알려진 것처럼 '쌍화점'에서 주진모가 분한 고려 왕은 고려 31대 왕인 공민왕에서 캐릭터 모티브를 따왔다.
공민왕은 사랑하는 아내 노국공주의 죽음 이후 실의에 빠져 방탕한 생활로 고려의 몰락을 초래한 실정자로 기록됐으나, 한편에선 이러한 기록이 조선 건국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선시대 사가들에 의해 왜곡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 또한 있다.
'쌍화점' 역시 공민왕이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원나라에 대항하는 한편 북진정책을 실시하고, 친원파를 숙청하여 왕권강화를 도모했던 개혁군주로 보고, 극중 고려의 왕의 모습도 왕권을 위협하는 대신들의 음모를 철저히 파헤쳐 응징하는 등 카리스마 넘치는 군주의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 왕후의 모델은 노국공주?
홍일점 송지효가 연기한 왕후 역시 공민왕의 부인인 노국공주를 캐릭터 모델로 삼았다.
유하 감독은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자제위, 대리합궁에 관한 이야기들은 공민왕의 부인이었던 노국공주 사후의 이야기이지만, 왕후 캐릭터는 노국공주를 생각하면서 설정했다”고 밝힌바 있다.
원나라 황족 위왕의 딸이었던 노국공주는 정치적 복속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원의 정책에 따라 고려 공민왕과 정략결혼했다.
그러나 원나라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노국공주는 자신을 고려사람이라고 칭하며, 공민왕의 반원정책을 지지했다고 한다.
극중 송지효는 고려왕을 위협하는 원나라 사신과 원나라에 영합하려는 대신들에게 일침을 가하며 왕을 지원하는 등 역사 속 노국공주 캐릭터를 재현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와는 달리 영화 속에서 왕후는 왕의 사랑을 받지 못해 괴로워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 자제위는 공민왕 집권말기의 최대 오점?
영화 속 왕의 친위부대 ‘건룡위’ 역시 공민왕이 집권말기에 명문자제들로 구성했던 특별관청 ‘자제위’를 모티브로 삼았다.
야사에 의하면 명칭상으로만 왕의 경호를 담당했을 뿐 공민왕의 침소를 넘나들며 궁중의 풍기문란을 야기한 미소년 부대라고도 한다.
그러나 많은 사가들은 자제위가 신돈의 실각 이후 권력기반이 필요했던 공민왕이 친왕세력을 육성하고 개혁정치를 다시금 도모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로 보고 있다.
'쌍화점' 역시 후자의 가설에 의거해 ‘건룡위’를 원의 압력에 맞서 왕권을 위협하는 세력을 비밀리에 조사하는 고려시대 최고의 인재 집단으로 그리고 있다.
이렇듯 역사적 논란의 대상인 공민왕과 자제위에 얽힌 흥미진진한 비사를 재조명한 '쌍화점'은 극 전개의 묘미와 이슈를 낳으며 더불어 조인성, 주진모의 파격신과 송지효 등의 열연으로 중후반 대의 관객들까지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김명신 기자 s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