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영 지음│박재동 그림│실천문학사│272쪽│9800원

현기영씨의 자전적 성장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가 내용을 일부 손질하고 제목을 새로 달아 청소년판으로 출간됐다. 소설 주인공의 별명인 '똥깅이'를 청소년판 제목으로 삼았고,'제주 4 · 3의 대참사는 청소년의 여린 정서로는 감당하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큰 슬픔'이라는 작가의 판단으로 4 · 3과 관련된 부분이 일부 생략됐다. 현씨는 "원작의 벅차기까지 한 슬픈 그늘이 줄어든 이 소설은 전반적으로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를 띠게 되었다"며 "어린 독자라면 좀 더 자라서 반드시 4 · 3의 역사와 만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소설은 4 · 3 사건이나 6 · 25전쟁 등 우리 현대사의 큰 사건들과 맞물리며 자라나는 제주도 개구쟁이 소년 똥깅이의 이야기를 다룬다. 똥깅이가 겪는 가족과의 갈등과 애정,친구들 및 동네 형들과 어울리던 추억,성에 대한 호기심,글쓰기를 향한 관심 등 그 또래에 누구나 겪을 법한 성장담이 박재동 화백의 삽화와 잘 어우러진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