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은 미국의 문제" … 공화당도 귀 기울이게 만들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의회 지도부에 자신의 경기부양책 구상을 '세일즈'하면서 보여준 소통 방식이 의미심장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시카고에서 비행기로 워싱턴에 들어온 오바마 당선인은 입성 첫날인 5일 하루종일 의회에서 보냈다. 상원과 하원의 민주당,공화당 지도부를 찾아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난을 돌파하기 위한 경기부양책을 의회가 조속히 처리해주길 요청했다. 그는 경기부양책의 목줄을 쥐고 있는 의회에 "경기가 더 나빠지고 있어 당장 행동해야 할 때"라면서 "환자(경기)를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환자를 안정시키려면 필요한 무슨 조치든지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이 시점에서 경기부양은 공화당의 문제도,민주당의 문제도 아닌 미국의 문제"라며 '설득의 기술'을 발휘했다. 경기부양책에 의구심이 있는 의원들이 있으면 언제든지 정권인수팀이나 숙소인 헤이-애덤스 호텔로 찾아오라고 당부했다. 부양안을 인수팀 웹사이트에 올려 어느 부문에 재정을 지출할 것인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공화당 의원의 제안도 받아들였다. 전날 언론을 통해 공화당의 입맛에 맞게 3000억달러 규모의 대대적인 감세안도 흘려 정지작업을 벌였다.

오바마 당선인의 이날 소통 방식은 양당 지도부로부터 큰 공감을 얻었다. 상원의 미치 매코넬 공화당 원내대표는 "당선인이 공화당 아이디어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걸 믿게 됐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공화당 의원들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서 느껴보지 못했던 오바마 당선인의 경청 의지를 느낀 것 같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당선인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현역 의원에서 곧바로 대통령이 됐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