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반도체와 LCD 업체들이 불황 속에서 시장지배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단 업계 구조조정과 업황 회복은 V자가 아닌 완만한 형태로 예상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6일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D램 산업에서 한국과 일본 기업의 점유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며 "50나노 이하 미세공정을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므로 현금 흐름이 우수한 한국기업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또 LCD 패널의 경우 가동율이 50% 이하로 하락한 대만과 중국 기업은 공장 재가동시 장비 조율과 수율 개선 작업을 해야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리 업체들에 유리해졌다는 지적이다.

연구소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과제로 장비 및 부품소재 업체의 기술개발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장비 및 부품 기업들이 제품 개발과 투자에 소극적인 시기이므로 수입 장비와 부품을 국산화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라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태리얼과 무라타제작소 등 글로벌 업체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에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고급 인력을 확보할 기회라고 연구소는 주장했다.

반도체와 LCD 업계 구조조정 및 업황 회복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퇴출 위기에 몰린 대만 기업들에 대해 대만 정부 뿐 아니라 제휴 관계의 다국적 기업들도 지분 확대 및 재정 지원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기업들도 과거 불황기 이후 큰 호황기를 한 차례 경험했기 때문에 사업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외환위기나 IT 버블기에는 수요 측면에서 큰 문제가 없어 공급 조정 등이 이뤄진 후 빠르게 시황이 반등했으나, 현재 불황은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위축 영향이 크고, 경기침체가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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