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운영자금이 부족하세요. 노점상을 하고 계시는데 황급히 돈을 빌려야 할 형편인가요. 중소기업청에서 신용으로 식당사업자에게 2000만원까지,노점상에겐 500만원까지 담보없이 빌려드리겠습니다. "홍석우 중소기업청장은 7일 대전 정부청사 청장실에서 기자와 만나 불경기와 동절기가 겹치는 요즘 돈가뭄에 시달리는 영세상인들을 위해 6000억원 규모의 상인특별보증 자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청이 이번에 새로 마련한 저신용 상인과 무점포 상인을 위한 특별보증은 전국에 있는 12개 지역신용보증재단을 통해 지원된다. 이 자금은 식당 등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영세상인들에게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한다.

또 노점상,시장상인,요구르트 배달업자 등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사업자에게도 500만원까지 빌려준다. 이들 자금은 지역신보에서 보증서를 끊어 점포와 가까운 새마을금고에서 돈을 타갈 수 있도록 했으며 설날 이전에 지원한다.

중기청은 이와 별도로 전통시장에서 영업을 하는 상인들에게는 상인회를 통해 총 100억원의 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자금은 상인회당 최고 1억원까지 빌려쓸 수 있다. 홍 청장은 "최근 동절기를 맞아 음식점 등 소상공인의 월매출이 6개월 전보다 25% 정도 줄어들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상공인 정책자금 5000억원 가운데 2000억원을 이번에 지원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청장은 특히 기존 사업을 폐업하고 다른 사업으로 전환하기를 원하는 자영업자를 위해서는 사업준비금 500만원을 따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기청은 폐업을 한 뒤 다른 사업을 하는 자영업자를 위해 먼저 6주간의 창업교육을 실시한 뒤 500만원의 사업준비금을 지원하며 재창업시에는 최고 5000만원까지 융자해주기로 했다.

홍 청장은 "일반 중소기업인들도 금융 불안 여파로 운전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올해는 중소기업 정책자금에서 운전자금 지원을 대폭 늘리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최고 3억원이던 운전자금 지원 한도를 5억원까지 확대했다. 그는 "올해 전체 중소기업 정책자금의 규모도 지난해 3조2000억원보다 1조1000억원 늘려 총 4조30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홍 청장이 밝힌 새해 중소기업 정책자금 가운데 지난해와 다른 방식으로 지원하는 자금은 △긴급경영안정자금 △창업초기자금 △신성장기반자금 등 세 가지다.

새해부터 지원하는 긴급경영안정자금은 먼저 제품 생산비용 등 기업 경영에 필요한 자금으로 업체당 연간 5억원까지 지원한다. 물론 원 · 부자재 구입 자금으로도 쓸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제조업 전업률이 30%를 넘어서야 한다.

이 돈은 일시적인 경영 애로를 겪는 중소기업 가운데 회생 가능성이 큰 기업에 긴급히 지원한다. 대출금리는 공공기관 관리기금 금리에서 0.33%를 더 내려 지원한다. 따라서 이보다 금리 조건이 나은 자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출기간은 2년 거치 5년까지다. 업체당 5억원이지만 앞으로 2년간 5억원을 더 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원 · 부자재 구입 비용은 연간 3억원까지만 가능하다.

창업초기자금은 창업 기업의 창업 과정에 필요한 비용 및 사업장 확보 자금,생산설비 도입비,제품 생산비용 등에 지원한다. 특히 이 자금은 창업한 지 1년 미만인 기업이 10인 이상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우 금리를 추가로 인하해준다.

홍 청장은 올해는 중소기업 정책자금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1조1900억원이 신성장기반(지식서비스) 자금으로 나간다고 소개했다. 신성장사업자금 가운데 시설자금은 △생산설비 및 시험검사장비 도입 △정보화 촉진 및 서비스 제공 △공정 설치 및 안정성 평가 △사업장 건축 자금(토지 구입비 제외) △임차보증금 △사업장 확보 자금(매입,경 · 공매,인수 · 합병) △부지 매입비 △부지 조성 공사비(협동화 및 협업 승인을 얻은 자에 한함) 등에 지원한다.

홍 청장은 이들 자금이 빨리 집행될 수 있도록 정책자금의 대출심사 기간도 현재의 20일에서 10일로 단축하기로 했다. 특히 '중소기업 재정집행 전담반'을 운영,중소기업의 실물 동향을 파악하고 제때 영세상인과 중소기업자들에게 자금이 공급되는지 확인하고 독려하기로 했다.

아울러 기술 창업 및 지식 창업을 통해 3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대학과 연구기관의 첨단기술을 창업 시장으로 유입시키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앞으로 실업자가 늘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재택 창업 시스템도 구축한다. 중기청은 대법원 행정안전부 국세청 등의 전산망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창업 절차를 마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든다. 홍 청장은 "정부가 중소기업 제품을 많이 사줘야 경기가 빨리 풀릴 수 있다"면서 "올해 중소기업 제품 공공구매 목표를 지난해 71조원보다 10% 늘린 78조원으로 잡았다"고 덧붙였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