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와 공급과잉 등의 영향으로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 업종이 2009년엔 바닥을 찍고 반등할 수 있을까."

증권사들은 반도체와 LCD관련 종목들에 대해 업계 구조조정과 최근 감산 등의 영향으로 제품가격이 점차 안정될 전망이어서 하반기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반도체와 LCD관련 종목들의 주가도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보면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 반도체, 메모리 값 바닥 다지는 중

지난해 공급과잉 여파로 D램값이 56% 가량 급락하면서 삼성전자가 4분기에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다.

올해도 경기 침체로 인해 전체적인 반도체 업황에 대한 전망이 밝지는 않지만 바닥은 확인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D램값이 반등세를 나타내면서 바닥에 대한 기대감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D램(DDR2 1Gb 667MHz 기준) 값은 지난해 12월 17일 0.58달러에서 지난 2일 0.73달러까지 올랐고 낸드플래시(MLC 16Gb기준) 값도 지난해 11월 28일 1.64달러에서 지난 2일 2.2달러까지 상승했다.

지나치게 하락했던 가격에 대한 조정과 메모리 공급업체들의 생산 감소를 통한 가격 통제가 메모리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가격 상승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하반기 소비 회복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지수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수급상황이 크게 개선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현물가격의 반등은 일시적인 것으로 판단되나 이는 메모리가격이 이제 더 이상 하락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가격 반등은 수요 요인보다는 공급 감소에 기인했으므로 소폭의 가격 반등시에도 메모리 업체들의 공급 축소 기조 유지가 중요하다"며 "현재 가격대에서도 모든 업체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고 이 가격대가 2군 업체들의 변동비 수준 이하인 점을 감안한다면 메모리 업체들이 공급량을 늘리기 보다는 공급 축소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모리 생산업체들의 생산 중단과 업계 구조조정이 하반기 업황 호전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다. 구자우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계속된 실적악화로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중단과 투자 취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반도체 공급측면에서 2009년에 시장이 호전될 가능성은 높아질 전망"이 라고 말했다.

김지수 애널리스트도 "2009년 상반기까지는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메모리가격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재 메모리가격은 이미 후발업체의 현금원가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어 앞으로 6개월 이내에 어떤 형태로든 후발업체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해 보이며 하반기부터 메모리 시장 안정 및 회복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 LCD, 패널 출하 증가기대…패널가격 안정세 전망

LCD도 새해 들어 패널 가격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만 이노룩스가 1월 모니터 출하량을 전월보다 20% 증가할 것이라고 언급했고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가 모니터 완제품 업체와 패널업체들의 재고조정으로 IT(정보기술)제품용 LCD패널 가격이 1월에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긍정적인 소식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두 가지 소식의 공통점은 재고가 줄었다는 사실"이라며 "완제품과 패널 재고 모두 감소했다는 점에 근거해 1월중 완제품 출하량과 패널가격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패널가격은 패널출하량이 회복된 뒤에 오르기 시작하지만 12월에 완제품업체와 패널업체들이 재고를 급격히 줄여 산업 전반적인 재고가 바닥 수준이라면 1월중 완제품과 패널 출하량의 동시 회복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유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경기부진으로 완제품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1월부터 패널출하량이 회복되더라도 기울기는 완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현철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부정적인 요소를 인정하지만 앞으로 LCD가격은 1월을 기점으로 안정화 될 전망"이라며 "이는 현 가격수준에서 LCD업체들은 물량과 가격경쟁에서 더 이상 얻을 것이 없고 조만간 LCD TV가 브라운관 TV를 급속하게 대체시킬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출하량 증가없는 가격상승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정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참여자들의 재고 감소는 분명한 호재지만 출하량이 증가하면서 재고가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급격한 감산을 통한 재고조정이 단행된 결과 나타난 재고 감소이기 때문에 가격바닥이라는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진단했다.

◆ 투자전략은? "하반기를 노리되 경기상황을 살펴라"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반도체와 LCD업종 대표주들이 업황 불황기에 강화한 경쟁력을 앞세워 경기 회복기에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를 감안해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이 2008년 4분기 또는 2009년 1분기에 적자 전환할 것이며 대략 두 분기에 걸쳐 적자가 지속된 후 흑자로 다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지수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주가는 이런 흐름에 약 3개월 정도 선행해서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이 적자로 전환되는 시점이 대략 메모리반도체의 바닥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적자로 전환되는 시기는 후발업체의 수익성이 더 이상 악화되기 어려울 정도로 나빠져서 메모리업계에서 퇴출되는 시기로, '치킨 게임'을 주도하는 삼성전자도 수익성 악화로 감산에 동참, 전반적 수급 상황이 대략 3개월이 지나면 급격히 개선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삼성전자의 적자전환'은 메모리시장의 바닥을 알리는 가장 중요한 선행 지표 역할을 했다"며 "지난해 4분기의 적자 전환은 메모리시장 회복과 삼성전자 주가 상승 시기가 그리 멀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주가는 1분기 중에 상승 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예상되므로 1분기가 투자의 최적 타이밍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IBK투자증권은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 DRAM가격이 수요 부진속에서도 1월에도 안정적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이번에 조달한 8000억원의 자금으로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해소될 것이라며 매수 투자의견을 유지했다.

KTB투자증권은 LG디스플레이의 경쟁력이 LCD 산업의 위기를 기회로 상승하고 있는 점은 기업가치 상승에 긍정적이라며 매수 추천했다. 단기적으로는 현재의 박스권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상승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글로벌 경기 침체가 대공황에 비교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구자우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업종은 2009년에 전반적으로 시황이 호전될 가능성이 크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2009년 1분기 경쟁업체들의 생산·투자 취소 움직임과 구조조정에 따른 생산능력 축소 규모, PC 수요의 본격적인 반등 여부 등을 면밀하게 확인한 후 비중을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송종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에 대해 "최근 실적의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글로벌 IT 리더로서의 시장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익성 방어를 위한 전략적 변화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작년 하반기 이후 지속되어 온 글로벌 경쟁사 대비 상대적인 우위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