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9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외화자산 운용 수익과 유로화 표시 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이 증가하면서 외환보유고를 늘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08년 12월말 외환보유액' 집계 결과 지난해 12월 현재 외환보유액은 2012억2000만달러로 전월 말보다 7억2000만 달러가 늘었다.

외환보유액이 증가한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4월 전월대비 37억6000만 달러가 줄어든 것을 시작으로 5월 -22억 8000만달러, 6월 -1억달러, 7월 -105억8000만달러, 8월 -43억2000만 달러, 9월 -35억3000만달러 등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10월에는 사상 최대폭인 274억2000만달러가 급감했고 11월에도 117억4000만 달러가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신용경색에 따른 국내 외화자금시장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외환당국이 외화유동성을 지속적으로 공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외화자산 운용 수익이 늘고 유로화 표시 자산의 수미 달러화 환산액이 크게 늘어 12월 외환보유고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한 것도 외화보유액 감소를 억제하는 요인이 됐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지난달 한은과 정부는 경쟁입찰 방식의 외화대출과 수출입금융 지원 등으로 162억달러를 시중에 풀어냈다.
이 가운데 104억달러는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한 것으로 외환보유액에 영향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유가증권(1803억8000만달러, 89.6%)이었다. 예치금은 201억달러로 전체의 10.0%를 차지했다. 지난달 176억5000만달러에 불과하던 예치금은 12월 들어 200억달러를 넘기며 눈에 띄게 늘었다.

이외에 IMF포지션(가맹국이 출자금 납입으로 보유하게 되는 교환성통화 수시 인출 권리)이 5억8000만달러(0.3%), SDR(IMF 특별인출권)이 9000만달러(0.04%), 금이 7000만달러(0.04%)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시장의 외환보유고 부족 우려는 다소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외환보유고가 2000억달러선에 간신히 턱걸이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2000억달러 붕괴 가능성을 제기하며 들썩였다.

한편 지난해 11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중국 1조9056억 달러(9월 말 기준), 일본 1조29억 달러, 러시아 4557억 달러, 대만 2807억 달러, 인도 2477억 달러에 이어 세계 6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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