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부자들이 채권 투자에도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경기 침체 땐 변동성이 적고 원금이 떼일 염려가 적은 채권의 매력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3%까지 인하함에 따라 정기예금 금리 매력이 크게 낮아져 고금리 채권 수요가 늘고 있다.

실제로 설문조사 PB 고객 50명 가운데 21명이 올해 채권투자를 늘릴 예정이라고 답했다. 정범식 삼성증권 PB채권파트장은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약 5.5%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부자들이 정기예금에서 돈을 빼 고금리 채권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가 높은 대표적인 채권으로 카드채나 우량 회사채 등이 꼽히고 있다. 정 파트장은 "국채나 은행채는 3~5% 수준으로 정기예금 금리 대비 매력이 떨어져 최근 들어 수요가 급감했다"며 "연 7% 이상의 금리를 주는 카드채나 회사채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다"고 전했다. 현재 삼성카드채(1년 AA0)와 삼성물산 회사채(3년 AA-)는 각각 연 7.2%,7.8%의 금리를 주고 있다.

채권 전문가들도 금리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채권의 매력은 점점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호 아이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지금은 채권이 부동산이나 주식 등 어떤 자산보다 유리하다"며 "저금리 시대에 매년 7~8%가량의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병철 동양종금증권 상무도 "앞으로 2년간은 저금리 추세로 갈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우량기업 회사채도 금리가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채권투자의 적기"라고 말했다. 특히 채권 금리와 정기예금 금리의 스프레드(격차)가 줄어들 경우 금리와 별도로 투자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나지 않은 만큼 고금리 채권 투자에 대해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부자들도 적지 않았다. 올해 채권투자를 확대할 생각이 없다고 답한 29명 가운데 13명은 채권 발행기관의 부도 위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작년 상반기까지 잘 팔렸던 캐피털채(카드채 제외)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신용등급 A 미만 회사채 등이 현재 전혀 팔리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인식을 대변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금리와 안정성을 동시에 따져 꼼꼼하게 채권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병철 상무는 "제조업체는 최소 A등급,카드채는 AA등급 이상을 사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