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상반기에는 실물경기 영향을 덜 받는 경기방어주와 가치주에 주력하고,하반기엔 경기 회복을 겨냥해 경기민감주와 성장주를 주목하라."

증시 영향력이 큰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32명은 31일 본지가 실시한 '2009년 증시 전망' 설문조사에서 이 같은 새해 투자전략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초엔 주가가 작은 거품이 부풀었다가 깨지는 것이 반복되는 '에코 버블'(Echo Bubble)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10월의 저점(892.16) 밑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들은 또 펀드 투자는 지역별로 경기 회복 여부의 불확실성이 큰 점을 감안해 해외 펀드 비중을 줄이고 국내 펀드에 무게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유동성 장세 펼쳐질 것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국내 경기의 저점을 2분기(34.4%)와 3분기(34.4%)로 전망했다.

이들이 제시한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0.6%였다. 리서치센터장 1명과 펀드매니저 4명은 상반기 성장률이 제로(0)라고 응답했고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한 응답자도 4명에 달했다.

반면 하반기 성장률 평균치는 2.8%였다. 경기가 상반기 '부진',하반기 '회복'의 양상을 보일 것이란 얘기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새해 투자전략은 이 같은 경기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 통상 증시가 실물경기를 3~6개월 정도 선행하기 때문이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불황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반기엔 아무래도 경기방어주와 가치주 중심의 투자전략이 바람직하며 상반기에 비해 3배 이상의 경제 성장이 예상되는 하반기엔 경기민감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주요 국가의 잇단 금리 인하와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돈이 많이 풀려 유동성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동성 장세 가능성에 응답자의 68.8%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다만 일부 리서치센터장은 유동성 장세가 벌어지더라도 강도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전기전자ㆍ자동차 추천 많아

올해 증시를 주도할 업종으로는 전기전자가 18.4%로 압도적으로 꼽혔다. 자동차(12.3%) 통신(11.4%)도 10%가 넘는 추천을 받았다. 이어 은행(9.6%) 건설(7.9%) 철강(7.9%) 음식료(6.1%) 증권(6.1%) 등의 순이었다.

전문가들이 전기전자와 자동차를 1,2위로 꼽은 것은 경기 침체로 전 세계 산업계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국내 업체들이 뛰어난 경쟁력을 바탕으로 살아남아 '생존자'로서 수혜를 누릴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에서다.

이와 관련,주요 업종 대표주는 상ㆍ하반기 구분 없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견해도 나왔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구조조정 기간은 물론 주가 추세가 상승쪽으로 반전한 이후에도 업종 대표주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은행ㆍ건설은 지난해 골머리를 앓은 부실문제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중국 관련주는 철강을 제외하곤 전망이 그리 밝지 않았다. 기계와 조선의 경우 추천이 각각 3.5%와 1.7%에 그쳤다.

◆외국인 '현금 확보' 부담 줄어

올해 외국인의 '셀 코리아'는 상당히 누그러질 것이란 견해가 많았다. '외국인의 매도 강도가 크게 완화될 것'이란 응답은 65.6%에 달했고,'외국인의 매수 우위가 기대된다'는 답변도 25%나 됐다. 반면 '외국인이 매도 우위를 지속할 것'이란 의견은 6.3%에 불과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33조6033억원어치를 팔아치운 외국인이 매도 강도를 누그러뜨리면 증시는 그만큼 부담을 덜게 된다.

설문에 참여한 한 중견 펀드매니저는 "외국인은 지난해 금융위기로 유동성 확보가 급해 앞뒤 가리지 않고 주식을 처분했지만 올해는 '현금 챙기기' 부담이 줄어든 데다 국내 증시의 주가 매력도 커졌기 때문에 매도 공세가 눈에 띄게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는 국내 투자가 유리

전문가들은 올해 펀드 투자가 유망한 지역으로 국내 증시를 가장 많이 꼽았다. '해외 투자 비중을 축소하고 국내 비중을 확대하라'는 응답이 46.8%(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다. 세계 경제의 지역별 경기 회복세를 전망하기 어려운 만큼 일단 국내에 집중하라는 조언이다.

이어 '중국'을 추천한 응답이 40.6%로 국내 다음으로 많았고,'브릭스(BRICs) 등 이머징마켓'과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을 권한 답변은 각각 21.8%였다.

중국 증시에 대해선 응답자의 75%가 '하반기에라도 바닥을 다지고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예상은 18.8%에 그쳤다.

홍콩을 눈여겨보라는 조언도 나왔다. 전병서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홍콩이 가장 유망하고 중국은 차선"이라며 "다른 지역은 좀 더 관망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